2019. 8. 29. 18:16ㆍ여행
약 20 여년전 포르투갈의 세투발(Setúbal)에서 근무할 때 이야기이다. 본사와의 전화 통화로 점심 시간을 놓치고 혼자 시내로 점심을 먹으러 왔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앗! 지갑을 잊고 온 것이 아닌가? 정말 큰일이다. 잠시 고민을 하다 용기를 내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지갑을 깜박 잊고 왔는데 혹시 접시라도 닦으면 안되겠느냐고 너스레를 떨고 웃으며 다음을 기약한 적이 있었다. 포르투갈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세투발 사람들은 유난히 착하고 유순한것 같다. 세투발의 또 한가지 장점은 먹을 것이 많다는 것.
세투발은 과거 포르투갈의 수산업의 중심지였다. 특히 이곳에서 사르디냐(Sardinha)라고 불리는 정어리는 아직도 대표적인 지역 특산물이다. 그외에도 다양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고, 따라서 시내와 주변에 가성비가 높은 식당이 많다. 최근에 가보니 요즘은 유럽 다른 나라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듯, 관광객을 위한 그만 그만한 메뉴들이 많이 개발되어 식당들이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잃고 있지 않은가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는 세투발 항구 부근의 길거리 도로변의 화덕에서 사르디냐을 포함해서 각종 생선과 해산물을 구어서 내오는 식당이 많았었는데 요즘 가보니 볼 수가 없다. 아마도 새로운 법이 생겨 규제를 하는 모양. 20년 전에서 식당의 노천 테이블에 앉아서 굽기의 달인들이 생선을 굽는 모습을 보며 음식을 기다리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는데...... 또 한가지 과거와 다른 점은 여기도 인터넷의 영향으로 구글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은 3~ 40분 줄을 서야만 했다.
요즘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음식은 점점 국가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 같다. 최근 포르투갈 여행 중에 가장 놀란 것은 도처에 스시집이 있다는 것. 물론 일본 사람들이 하는 식당은 많지 않고 스시의 맛도 정통 일식집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못먹을 정도는 아니다. 포르투갈 음식도 계속 몰려드는 관광객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입맛의 보편화라고 할까?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맛과 음식으로 바뀌고 있는 도중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포르투갈 전통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생선 구이 요리는 그 종류가 많이 줄어들었고, 과거에 즐겨 먹었던 지역의 토속요리는 한참 수소문해도 하는 집을 찾기가 어렵다.
세투발은 행정구역상으로 포르투갈의 수도의 리스본 광역도시에 속하기는 하지만 테주강을 가로지르는 4.25 다리를 건너야 하므로 같은 도시라는 느낌은 별로 나지 않는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스페인 안달루시아 방향으로 약 50km, 불과 30~40분 정도 운전을 하고 나오면 리스본에서 느낄 수 없는 시골스러운 분위기와 순박한 인심을 경험할 수 있다. 세투발 주변에는 아마도 포르투갈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대서양의 푸른 바다의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세라 다 아라비다(Serra da Arrábida), 이슬람교도의 지배시절에 세워진 고성이 있는 팔멜라(Palmela), 그리고 치즈와 와인의 산지인 아제이따오(Azeitão)와 같이 가볼만한 곳이 있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것은 리스본 부근이기는 하지만 물가는 리스본의 약 6~70% 수준? 특히 팔멜라의 고성에는 중세 유럽의 인테리어를 복원한 아주 우아한 호텔이 있는데 이곳에서 묶으면서 한 3 ~ 4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좋은 경치를 감상하며 맛있는 해산물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세투발을 내려다 보는 언덕위의 사오 필리페(Forte de São Fillipe) 요새에서 내려다 본 시 중심가 전경
시내 중심가의 보카쥬 광장(Praça de Bocage)
보카쥬 광장 부근의 보행자 거리
부근 팔멜라의 이슬람 시대의 성. 지금은 일부를 개조하여 아주 우아한 호텔로 이용하고 있다
주변의 드라이브 코스 세라 다 아라비다의 풍경
세라 다 아라비다의 드라이브 코스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바닷가 절벽위의 수도원과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서있는 예배당.
세라 다 아라비다 드라이브를 마치고 세투발의 한 식당에서. 약 30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이 식당은 포르투갈 전통 해물 음식 전문. 과거에는 점심 시간에 가면 자리를 잡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이제는 유행이 지났는지 썰렁하고, 분위기가 가라 앉아서 그런지 음식 맛도 옛날 같지 않은듯.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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