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9. 15:30ㆍ여행
윈스턴 처칠은 그리스 민족을 유태 민족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자기파괴적인 집단이라고 말했다. 처칠은 이 두 나라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은 경험 때문에 그랬으리라. 1944년 영국군과 함께 천신만고 끝에 독일 점령군을 몰아나고 이제 조금 숨을 돌릴 만 하게된 그리스의 좌파와 우파는 그새를 참지 못하고 반목하게되고 급기야 2차대전이 끝나자마자 본격적인 내전에 돌입하여 큰 피해를 입게된다. 이 내전은 한국전쟁에 앞선 최초의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격돌한 전쟁이다. 1980대 초반에 구주공동체(EC)에 가입한 후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하였고 올림픽과 유럽컵을 개최하여 국민적인 자긍심이 최고도에 달했으나 몇 년 전부터는 재정위기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우리와 비슷한 길을 밟아오고 있는 나라이다.
로마에서 아테네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느낀 것은 사람들이 말들이 많다는 것. 내 뒷좌석에는 그리스 남자 세명이 탔는데 정말 무슨 할 이야기가 많은지 비행 내내 시끄럽게 떠들어 짜증도 났지만 그렇게 할 말이 많은 것에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충 관찰해 보니 여자들은 오히려 조용한 편이고 남자들이 말이 많은 것 같다. 이것은 자기의 생각을 주저없이 표현하는 아테네 민주주의 정신의 발로일까, 아니면 2000년 가까이 외부 세력의 지배를 받으며 그들의 좌절감을 말로 발산하는 습관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아무튼 남자들이 훨씬 말이 많고 시내 카페나 식당에서도 남자들은 떠들고 여자들은 조용히 듣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남자들이 말이 많으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아테네는 역사가 깊은 도시이기는 하지만 한 2000년 동안 지방도시로 전락해서 그렇게 웅장한 볼거리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파리나 로마처럼 멋있는 유적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가면 실망하기 쉽다. 그런 기대감을 조금 낮춘다면 아테네는 아주 지내기가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물가가 비교적 저렴하고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도 현대적이고 택시도 비교적 친절하고 정직하다고 할 수 있다. 온화한 기후, 그리고 요즘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음식과 와인,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지만 자부심있고 친절한 사람들, 대부분 값싸고 깨끗한 호텔 등등, 아주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 도시이다. 아테네를 돌아 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신탁마 광장에서 출발하는 시내 관광 버스. 일정한 요금을 내면 제한없이 본인이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리고 탈 수 있어서 자신의 일정에 맞게 여유있게 구경할 수 있다.
시내 중심가 신탁마 광장 부근의 쇼핑가,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약간은 가라앉은 분위기
신탁마 광장 부근 국회의사당 근위병 교대식, 복장은 19세기 초 터키와의 독립전쟁 시의 자원병들이 입었던 군복에서 유래한다고 하는데 전쟁하기에 썩 편리한 복장은 아닌 것 같다. 발을 높이 들었다 내리는데 그 소리가 엄청나다. 내 옆의 시민에 의하면 군화의 무게가 3kg 정도 된다고 한다. 정말????
모나스트라키 부근의 작고 어여쁜 그리스 정교회 교회,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아테네에 있는 동안 거의 매일 문안을 드렸다. 교회가 너무 작아 실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19세기에 철거계획을 세웠다가 그리스 독립전쟁을 후원한 독일 바이에른 왕국의 루드비히 1세의 반대로 보존되었다고 한다. 역사에는 정말 아슬아슬한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
신탁마 광장과 구 시가지인 모나스트라키를 연결하는 에르무 거리의 식당들. 요즘은 그리스 음식이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그리스식 샐러드, 오징어 튀김, 그리스 와인을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곳
모나스타라키의 재래시장. 호텔을 이 부근에 잡았는데 꼭 서울의 황학동 골동품 시장 분위기가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나스트라키 시장에서 바라 본 아크로폴리스
파르테논 신전. 신전을 이렇게 폐허로 만든 것은 세월의 힘이 아니었다. 17세기 오스만 터키군이 이 신전을 화약고로 사용했었는데 베니스 해군의 포격으로 저장했던 화약이 폭발하여 이렇게 된 것. 울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에레크테이온(Erechtheion), 아테나 여신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제사를 위한 신전. 이 신전은 여인의 형상을 한 아름다운 기둥(Caryatids)으로 유명하다. 18 세기 초 오스만 터키 주재 영국 대사인 엘진 경이라는 사람이 6개의 기둥 중 하나를 영국으로 반출했다. 그리스는 독립 후에 이 기둥을 반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영국은 여러 가지 핑게로 거절 중. 지금은 남아 있는 기둥은 모두 국립박물관에 보관 중이고 아크로폴리스에 서 있는 것은 모작이다
아크로폴리스 아래의 국립박물관. 영국이 에레크테이온 기둥의 반환을 거절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테네에는 그 기둥을 보관할 만한 적당한 시설이 없다는 것. 이에 분노한 그리스 인들이 런던의 대영 박물관 못지 않은 시설의 박물관을 건설하고 남아있는 기둥을 이곳에 보란 듯이 전시하고 있지만 영국은 묵묵부답.
Herodes Atticus의 원형극장. AD 2세기 로마의 지배하에 있을 때 건설된 것이다. 부근의 디오니소스 극장과 혼돈하기 쉽다.
아크로폴리스의 입구 격인 프로필레이아(Propylaea). 아테네의 전성기인 페리클레스 시대에 건설된 건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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