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마라케시(Marrakech)

2019. 9. 4. 05:03여행

 

 

한 20년 전쯤에 스페인 남부를 여행 중 지브로올터 부근의 알헤시라스(Algeciras)라는 항구도시에서 며칠 지낸 적이 있었다.  하루는 항구에 가보니 거기서 모로코의 탄지에(Tangier)를 다녀오는 당일치기 관광코스가 있지않은가?  며칠간 자동차 여행을 한 우리 가족은 이번 기회에 배도 타보고 북쪽 끝 이기는하지만 아프리카 대륙도 한번 밟아보기로 한다.  그래서 다음날 페리를 타고 지브로올터 해협을 건너서 모로코를 한번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주마간산 당일치기 여행의 아쉬움이 남아있어 이번에 좀더 자세히 보기로 하였다. 행선지는 관광지로는 가장 유명한 중부의 주요도시 마라케시.

마라케시를 택한 이유는 탄지에는 지난 번에 짧은 시간이지만 가보았고, 마라케시가 모로코에서 가장 유럽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도시로, 유러피안 투어의 골프대회도 정기적으로 열리는 것을 티브이에서 자주 보아서 친숙하고, 몇년전 한국 티브이에서 프랑스/한국 부부를 소개한 예능 프로를 재미있게 본 적도 있고, 비교적 치안과 인프라가 잘되있다는 점. 지금 일시 체류 중인 리스본에서 직행이 많다는 편리함, 왠지 편할 것 같은 기대감 등등 작용하였다.

마라케시는 인구 약 90만 정도로 모로코에서는 카사블랑카, 페즈, 탄지에와 함께 4대 도시로 불리운다. 한때 모로코의 수도이기도 했으며 과거 스페인을 지배했던 이슬람 왕조인 알모라비데스(Almoravides)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의 이슬람 유적과 유사한 역사적인 건물과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역사적인 유적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나중에 가보니 오래 머무는 배낭족들이 꽤 많아 보이고, 또 가족 단위로 자녀들과 함께 온 여행객들이 꽤 많다.  여기서 머물다가 사하라 사막을 체험하면서 카사블랑카나 페즈로 가는 관광객들이 꽤 많다고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 시내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호텔로 가는 거리의 모습은 비교적 정돈되었고, 이따금 골프장이 보이고 서구식 쇼핑몰도 볼 수 있어 몇년 전에 가본 카이로보다는 좀더 안정되고 정돈이 되어 있다는 인상을받았다. 

자유여행은 여러가지 장점이 많지만 현지에서 교통편은 본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호텔 주변에 택시가 많지만 미터기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고 가격은 일일이 흥정을 해야한다.  옛날 카이로에서 잔돈을 준비하지 않아서 바가지를 쓴 적이 있는지라 이번에는 준비를 잘 한다고 호텔 프런트에서 잔돈을 좀 바꾸려고 했더니 잔돈이 없단다!  아니 유럽의 큰 체인에 속한 호텔인데 잔돈이 없다니?  울화가 치밀었지만 없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호텔 앞의 슈퍼마켓에 가서 필요한 것 몇가지를 사고 잔돈을 구했는데 다시 생각해도 화가 치민다.  나중에 몇번 호텔에서 잔돈을 바꾸려고 했는데 거의 모두 실패를 했고 심지어 호텔 앞의 대형마트에서도 조금 큰돈을 내니 잔돈이 없다고 한다.  국가 전체적으로 잔돈이 부족한 모양. 무슨 이유일까?

이곳에 있는 일주일 동안 어쩔 수 없이 바가지를 몇번 쓰기도 했지만 사실은 큰돈은 아니었다. 며칠 지내다 보니 택시 운전수들은  A에서 B라는 목적지로 가는 뜨내기 손님 보다는 차를 몇 시간씩 대절하여 손쉽게 돈을 버는 것을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흥정을 잘하면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반나절 혹은 하루를 대절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침에 나올 때 하루 목표를 잘 세우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차를 대절하여 편하게 다닐 수 있고, 바가지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모로코는 19세기에서 20세기 중반까지 프랑스의 영향권에 속해있었다.  그런 이유로 프랑스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독립이 된지 벌써 50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불어가 지식층과 상류사회를 중심으로 널리 사용돼고 있는 것은 참 이해가기 힘들다. 과거에 모로코 출신의 독일인 동료와 자주 연락하고 함께 일한 적이 있었는데, 이 친구 영어는 물론 불어, 아랍어, 독일어에 능통한, 우리가 보기에는 언어의 천재였다.  그 친구 왈 한국이 매우 예외적인 나라라는 것.  과거 과거 종주국의 언어를 우리처럼 깨끗하게 몰아내고 100% 자국의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  가만이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  한국 사람들이 독하기는 독한 모양.  역사적인 배경이 어떻든 불어를 할 수 있다면 많이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한가지 며칠 모로코에 머물면서 느낀 점은 일부 아랍국가들을 여행할 때 느꼈던 경계심을 완화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고 할까?  다른 아랍국가에 비해서 현지인들이 상당히 개방적이고 우호적이라는 것. 물론 택시 기사가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고, 시장에서 피곤한 흥정을 해야 하지만 애교에 가깝다고 할까?

 

마라케시는 유럽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 중 하나라고 한다.  시내에 나가면 유럽 사람들, 특히 프랑스 관광객을 엄청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상점, 식당이 관광객 친화적이라고 할까?  시내에 여러가지 여러가지 볼 것이 많고, 다양한 레저 활동을 할 수 있는 곳.  공항에 도착하니 유럽에서 산악 바이크를 싣고 온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굳이 거창한 레저 활동을 하지 않고도 부근의 관광지로 가는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 사하라 사막 트레킹, 관광객이 쉽게 체험할 수 있는 현지 음식도 잘 개발되어 있는 등 한 4 ~ 5일 정도 보내기는 매우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마라케시 관광의 시작은 제마 알 프나(Jema al Fnaa) 중앙 광장에서 시작된다. 부근에 큰 규모의 재래 시장이 있고 대표적인 유적도 대부분 이곳에서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광장 부근의 재래시장.  아랍 다른 나라의 재래시장에 비해서 그래도 토속 제품이 많고 상인들도 덜 공격적인 구경하기 편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구굴에서 검색해 보면 방문할 곳 1순위에 나오는 바히아 궁( Bahia Palace).  19세기에 건설된 궁전.  이미 프랑스의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이런 호화스러운 궁전을 지었을까? 

 

 

바히아 궁 내부

 

 

바히아 궁 내부. 이때가 정오 쯤이었는데 벌써 온도가 30도가 넘어 사진이 삐딱하다.

 

 

구글 검색 상위권에 등장하는 과거 프랑스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랭의 별장의 정원. 이브 생 로랑은 이웃의 알제리아에서 태어났고 모로코를 매우 사랑했다고 한다.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 거의 한시간 동안 줄을 서야 했는데 글쎄 명성과 인파에 비해서 볼 것은 별로..... 관람을 마치고 오후 3시쯤 나오니 그 길던 줄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  아마도 우리는 단체관광객이 몰리는 시간에 줄을 섰던 것이 아닐까?  유명한 곳은 오후 느즈막하게 가면 패키지 투어 관광객을 피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고, 나중에 다른 나라에서도 유용하게 이 경험을 써먹을 수 있었다.

 

 

당일치기 원주민 배르베르(Berber) 마을 방문 패키지 투어 도중의 낙타 타기 체험 준비 중

 

 

아틀라스 산맥 중턱에 자리 잡은 베르베르 마을.  해발 2000M 라고 한다.

 

 

16세기 모로코를 지배했던 사드(Saad) 왕조의 왕들의 묘지 입구 - Saadian Tomb

 

 

모로코 식 왕의 무덤.

 

 

Saadian Tomb의 장식.  스페인의 그라나다나 코르도바의 이슬람 유적에서 비슷한 문양을 발견할 수 있다.

 

 

쿠토비아 모스크(Koutobia) - 12 세기에 건립된 Marrakech에서 가장 규모가 큰 모스크

 

 

쿠토비아 모스크의 미나렛.  온도는 40도에 육박.  사진이 점점 더 삐딱해진다. 이제는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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