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내셔널 몰 - National Mall, Washington

2014. 9. 1. 12:37여행

어제 펜실배니어의 애미시 마을 관광 후 워싱턴과 볼티모어 사이의 호텔에서 하루밤을 묵었다.  애미시(Amish)는 미국 건국 초기에 네델란드 이민들이 정착한 마을인데 펜실배니어, 오하이오, 미시간주에 몇 군데가 있다. 내가 애미시 마을에 가기로 한 것은 1980년 중반 재미있게 보았던 해리슨 포드 주연의 Witness라는 영화의 배경이 애미시 마을이었고 18세기의 삶을 고집하는 그들에 대한 호기심이 아직도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뉴욕에서 워싱턴에 가는 여정에서 한두 시간만 돌아가면 애미시 마을이 있다고 한다.

  

애미시 마을 - 마을이라기 보다는 길가에 기념품점, 작은 박물관, 공연장들이 몰려있는 곳 - 에 도착을 했는데, 애미시 마을 사람들이 운영하는 관광 마차를 타고 그 지역을 둘러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집들이 띄엄띄엄 떨어져있는 목가적인 풍경이기는한데 내가 영화에서 보았던 옛날 마을은 실제로는 없는 것 같다. 마차를 타고 돌면서 설명을 들으니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집에서 전기도 사용하고, 농사를 지을 때 기계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이따금 보이는 애미시 복장의 마을 사람들과 마차,  그리고 미국에서 차를 타고 다니면서 흔히 볼 수 있는 넓은 농경지에 집들이 드믄 드믄 있는 모습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일부러 찾아 왔으면 상당히 실망했을 뻔 했다.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약 20분 정도 차를 몰고 워싱턴 시내에 도착했다.  인터넷에서 보니 워싱턴 시내 주차 사정이 매우 나쁘다고 한다.  꽤 오래 연구를 한 결과 중앙역인 유니언 스테이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 버스나 택시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방법.  


유니언 스테이션에 도착하니 입구에는 차들이 줄을 서있고 주차관리원이 운전자에게 무엇인가 확인하고 있다.  내 차례가 되었는데 그는 나에게 무슨 일로 주차장에 가는지를 묻는 것이 아닌가.  순간 기차를 타지 않을 사람은 주차를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고 거짓말을 할까 하다가 미국에서 거짓말하다 잘못 걸리면 크게 경을 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관광객인데 한 3시간 정도 주차를 하려고 한다고 이실직고를 했다. 그는 주차장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기차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을 주차를 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차를 돌려서 부근 주택가에 주차를 시도했는데 드문드문 자리가 있기는 하다. 표지판을 보니 두시간까지는 주차 가능.  머리를 잘 써서 이동경로를 합리화하면 큰 무리 없이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주차 미터나 티켓 발행기가 없다.   주차단속원이 무엇을 보고 내 차가 두시간 이내에서 주차되었는지 알까?  의아한 생각이 들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마침 한 노신사가 차에 앉아 있어서 물어 보았다.  그 노신사에 의하면 주차요원들이 돌아다니며 대충 시간을 계산하여 위반한 차가 있으면 딱지를 끊는 고전적인 시스템이라고 한다.  세계 제일의 부국 미국의 수도에서 이런 식으로 주차관리를 하다니, 재미있네...


그런데 그 노신사가 나보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자기도 한국하고 인연이 있다고 한다.  그분 설명인즉 자기가 워싱턴 시내에 오래된 건물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건물이 구한말 조선제국 대사관 건물이었고, 몇 달 전에 한국정부의 요청에 의해서 그 건물을 팔았다고 한다.  나도 그 이야기를 뉴스에서 들어서 알고 있었고,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도 깜짝 놀란다.   워싱턴에 와서 이런 분을 만나다니....   그렇다면 그분은 상당히 부자인 것 같은데 차는 도요타 캠리, 복장도 수수해서 절로 존경심이 생긴다.  나중에 구굴에서 확인해 보니 티모시 젱킨스라는 변호사로 꽤 유명한 분, 구글의 사진상으로도 그 노신사가 틀림이 없다.   이번 여행에서 최대의 이벤트가 아닐 수 었다.


우여곡절 끝에 차를 세우고 가까운 백악관 관광부터 시작했는데 비록 뒤쪽이지만 담 바로 밖에서 백악관을 볼 수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내셔널 몰(National Mall)은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반대편의 링컨기념관까지의 거리가 3Km, 미국 사람 스케일 정말 크다.  우리 광화문에서 시청까지의 광장과 도로가지고는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걸어서 국회의사당이니, 스미소니언 박물관이니, 링컨기념관 등등을 돌아 보는 것은 불가능하고, 부근을 도는 관광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인당 40불인가 하는 48시간 패스 밖에 팔지 않아서 우리같이 서너시간 관광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비싸고, 결국은 두세 군데를 거점으로 하여 택시를 타고 다녔다.  


세련되고 우아한 백악관, 웅장한 국회의사당, 주변의 스미소니안 박물관, 워싱턴 기념탑, 링컨 기념관, 월남전 기념탑, 한국전쟁 기념탑 등 볼 것이 상당히 많고, 특히 국회의사당 계단에서 반대편의 워싱턴기념탑과 까마득하게 보이는 링컨기념관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미국의 역사와 미국의 가치를 위해서 싸우다 죽어간 수많은 장병들을 생각하게 된다.  외국사람인 내가 이 정도이니 미국 사람들이라면 이곳에서 상당한 자부심과 애국심을 느낄 것 같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토리니  (0) 2015.06.18
기자의 피라미드  (0) 2015.06.17
나이애가라 폭포 - Niagara Falls  (0) 2014.06.27
Finger Lakes  (0) 2014.06.27
톨리아티 - Togliatti, Russia  (0) 2014.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