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7. 10:56ㆍ여행
사실 피라미드는 사진 혹은 영상으로 수도 없이 보았고, 뭐 그렇게 복잡한 구조물도 아니니 굳이 어려운 걸음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마침 Will Durant의 Story of Civilization 이라는 책의 이집트 편을 막 읽었고 이번 여행의 주목적지가 그리스이니 한두시간 비행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면 되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카이로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그런데 카이로에 도착하면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을까? 웬만한 나라는 필요할 때 현지에서 호텔이나 여행사를 통해 당일이나 단기투어를 할 수 있다. 이집트의 경우는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단체 버스 관광 프로그램은 없고 승용차나 미니밴에 운전기사와 가이드가 동행하는 개별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아무리 인건비가 싼 곳이라고 해도 가격은 만만치 않다. 상대방 입장에서도 차 한대와 기사, 별도 가이드를 제공하니 싸게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은 5 ~ 6명이 그룹으로 예약하여 비용은 절감하는 것인데 우리는 부부 단 두명이니 다른 방법이 없다.
피라미드로 유명한 기자는 카이로에서 차로 한 3 ~ 40분 정도의 거리, 부근까지 지하철도 들어오고, 카이로 시내에서 가는 버스도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개별적으로 가는 경우 물건의 강매, 피라미드 안내, 낙타 타기 등을 강요당해서 기분을 잡치는 경우도 왕왕있다고 한다. 물론 친절한 이집트 사람을 만나서 좋은 경험을 한 사례도 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는데 , 우리 같이 이집트에 자주 오기 어려운 사람들은 비용을 절감하려다 기분을 잡쳐 여행 전체를 망치는 위험은 피해야 한다는 논리적인 결론을 내리고 인터넷을 통해 투어를 예약했다.
예약은 여행 한 2 주 전에 했고 당일 아침에 호텔에서 가이드를 만나기로 했다. 우리 가이드 이름은 야세르 라는, 영화배우를 방불케하는 멋진 청년. 자기 소개를 하고 우리 부부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식 관광을 제공하기 위해서 우리 취향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여행 경험이 있는지, 이집트 역사에 관한 이해도는 어느 정도인지, 음식 취향은 어떤 것인지 등 간단한 테스트를 하는 센스도 보여준다. 당일 일정은 람세스 2세 박물관, 최초의 피라미드 집단이 있는 사카라, 향수 및 파피루스 체험, 기자의 피라미드 관광, 카이로 시내 칸 엘 칼릴리 시장 관광 등 저난도의 코스로 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기원전 약 3 천년 간의 고대 이집트 역사 중 피라미드를 건설한 시기는 고왕국(기원전 27세기 ~ 22세기) 약 5백년 간이라는 사실과 함께 처음부터 우리가 알고 있었던 모양을 피라미드를 건설한 것이 아니고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피라미드의 모습으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 등등을 알게 되었고, 이렇게 훌륭한 조상을 두고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오늘날의 이집트 실상에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기자에서 약 30분 거리의 사카라에 있는 조서 왕의 피라미드(기원전 27 세기).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이집트 내의 100 여개의 피라미드 중 가장 오래된 피라미드라고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쿠푸 왕의 피라미드보다 약 100 년 전 것인데 처음에는 이렇게 계단식의 피라미드를 건설하다 삼각형으로 발전했는데 초기 삼각형 피라미드는 공학/건축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찌그러진 모양의 피라미드도 있다.
삼각형 피라미드의 초기 단계의 무너진 피라미드. 관리인이 동행하여 내부에 들어갈 수 있다.
피라미드 내부. 동행한 관리인이 원래 사진 촬영은 금지이지만 우리만 특별히 봐준다고 하면서 찍어준 사진. 물론 나중에 약간의 팁은 생각해 주어야 한다. 규칙을 어기고 있다는 죄의식에 긴장된 나의 모습.....
드디어 도착한 기자의 피라미드. 여기에는 총 9개의 삼각형 피라미드가 있다. 사실 피라미드 주변에는 잡상인, 안내해 주겠다는 사람, 낙타 몰이, 말 몰이, 마차꾼, 관광객이 섞여서 상당히 소란스러웠는데 피라미드는 이 모든 것을 초월한 의연한 모습. 여기에 카에사르, 알렉산더 대왕도 왔다 갔을텐데, 사실 이 피라미드들이 그 당시 그들이 볼 때는 벌써 2500 년 전에 세워진 것. 카에사르, 알렉산더 대왕, 모두 우리에게는 까마득한 옛날 사람인데, 그만큼 더 오래되었다니 정말 놀랍다.
중왕국 이후에는 도굴 때문인지 왕의 유해를 안치하기 위한 피라미드는 중단되었고 왕의 묘지는 비밀스러운 곳에 모셨다. 그 대신 이집트 인들은 거대 석상, 신전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오면 낙타 타기는 필수 코스. 우리는 거짓말 보태지 않고 한 30분 흥정하여 처음 부른 값의 40% 정도 가격으로 낙타를 탔는데 그래도 상당히 비싼 가격. 인터넷을 보니 우리가 흥정한 가격이 적정가격인 듯하다. 왜 이렇게 비싼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낙타 주인, 실제로 낙타 투어할 때 우리 낙타를 몰아 주는 마부, 낙타 관리인, 우리 가이드 및 운전기사 등 자기 몫을 주장할만한 관계자들이 많다. 더구나 요즘은 관광객이 별로 오지 않으니 사정은 더 나빠진 것 같다. 낙타를 타고 조금 안으로 들어가야 사진 처럼 사람들, 관광버스 등의 방해를 받지 않고 9개의 피라미드를 잘 볼 수 있다.
낙타는 말보다는 더 출렁거리는데 적응하면 매우 재미있다. 성질이 고약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탄 낙타는 관리가 잘 되어있고 상당히 유순하다. 며칠 후 그리스로 돌아가서 신문을 보니 한국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행을 계속했는데 그 다음 주 한국에 돌아오니 모든 사람이 패닉 상태 !!! 이럴수가?
후문 쪽의 피라미드. 만약 혼자서 온다면 지하철 역에서 택시를 타고 후문 쪽으로 가자고 해서 후문으로 들어오면 낙타를 타지 않고도 웬만큼 피라미드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스핑크스의 코가 깨진 것이 오스만 터키군의 포격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한다.
사카라의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입상. 우리나라 광개토 대왕 정도 될까? 고대 이집트는 카이로 부근에서 시작 되었고 중왕국 이후 부터는 북쪽 유목민족의 침략으로 나일강 중류 지역인 룩소르, 카르낙으로 수도를 옮겼다. 그래서 카이로 부근에는 피라미드, 나일강 중류의 룩소르, 카르낙에는 거대 조각, 신전이 고대 이집트 문명을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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