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

2015. 6. 18. 11:09여행

 

 

우리나라에서도 신혼여행의 목적지로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는 산토리니는 상당히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그리스 본토에서 약 200km, 비행기로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이 섬은 미노스 문명의 일부로 기원전 3000년 전에 이미 인간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섬의 크기는 그야말로 손바닥 만해서 전체 길이가 한 15Km? 폭은 가장 넓은 곳이 5 ~ 4Km??  높은 곳에 올라가면 섬 양쪽의 바다를 다 볼 수 있는 정말 자그마한 섬이다.

 

이 섬이 유명한 이유는 그 생성과정에서 형성된 독특한 모양 때문인데 오래전 거대한 화산 폭발로 섬의 중앙이 함몰되어 칼레라가 형성되었고 칼데라 벽의 일부가 함몰되어 바닷물이 유입되어 오늘날의 해마를 뒤집어 놓은 듯한 독특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칼데라 쪽의 섬 지형은 높이가 300m 가까운 깍아지른 절벽이고 그 반대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에게해와 만난다.  아테네에서는 비행기로 오거나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배를 타고 오면서 에게해의 절경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아직도 이따금 화산활동이 있는 산토리니는 한때 인구가 감소하는 침체기에 접어들기도 했으나 주로 젊은 층, 배낭 여행자들을 중심으로 이곳의 아름다운 경관이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10여편의 영화의 배경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지금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섬이 아닐까?  내가 묵었던 호텔에도 며칠 동안은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로 아침 식사 때 한참 소란스러웠는데, 그들은 아침을 후딱 먹고 어리론가 가버리기 때문에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좁은 섬이지만 자동차를 렌트할 수 있고, 버스로도 섬의 거의 모든 곳을 갈 수 있다.   나는 쿼드바이크(네발 오토바이)를 임대해 볼까 했는데 아내의 맹열한 반대로 포기, 나중에 섬의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렌트카나 쿼드바이크같은 특별한 교통편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산토리니의 특징은 정말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는 것.  물론 섬에 들어가면 유람선을 타거나, 유적탐사, 스노클링, 패러글라이딩, 쿼드바이크 등 다양한 레저활동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은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이 섬의 여행의 핵심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 부부의 며칠 동안의 일상은 호텔 부페에서 아침을 배가 터지도록 먹고 마을로 걸어가서 한두시간 마을의 집구경, 바다 구경 하면서 때로는 아침 술도 한잔하고는 호텔로 돌아와 수영장 주변에서 몇시간 책을 보거나 꾸벅꾸벅 졸다가 배가 출출해지면 다시 마을로 가서 와인 한잔하고 돌아와 자는 그런 단순한 삶.  지금도 호텔 풀장 옆에서의 그 꿀맛 같은 오수를 잊을 수 없다.   

 

우리가 이 섬에서 한 유일한 생산적인 활동이 있다면 버스로 한 20분 거리의 오이아(Oia)라는 마을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일몰을 보러 간 것.  며칠간 카이로의 더위에 시달리고 바가지를 쓰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웠던 우리 부부에게는 정말 달콤한 휴식이 아닐 수가 없다. 이제 우리도 새로운 것을 보는 여행보다는 삶의 여유와 자신의 내면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아닐까?

 

반전:  한국에 도착해서 친지를 만나서 산토리니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 왈 "아니, 꾸벅 꾸벅 졸려고 거기까지 갔단 말입니까?'

 

 

오전 산책길에서 내려다 본 칼데라.  집들의 색갈이 어쩌면 그렇게 칼데라의 푸른 바다와 잘 어울릴까?  산책을 하다보면 가옥에 새로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모두 주변의 분위기에 맞추어 튀지 않는 색갈.  민주주의 산실인 그리스는 사실 잘 단결이 되지 않는 민족인데 어떻게 여기서는 개성보다는 조화가 중요한 덕목이 되었을까?

 

 

 

산책코스 전경.  깍아지른 절벽 아래는 포구가 있으며 마을로는 당나귀를 타고 오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오는 방법이 있다.  마을 안에 작은 호텔들이 많은데 언덕 위에 올라와서도 호텔까지 짐을 운반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포구에서 호텔까지 짐을 운반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대형 크루즈 선들.  우리나라도 빨리 메르스가 물러가고 배들이 들어와야 할텐데.....

 

 

 

단골 산책길

 

 

 

산토리니의 가장 큰 마을 Fira.  앞쪽은 칼데라 쪽 절벽, 사진 뒷쪽에 반대편의 에게해가 보인다.

 

 

 

섬의 북쪽 끝 오이아(Oia) 에서 세게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일몰을 기다리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보다 더 기억에 남는 오징어 튀김과 문어 샐러드, 그리고 찰떡궁합의 현지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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