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27. 18:10ㆍ여행
어젯밤 핑거레이크에서 하루 자고 느즈막하게 나이애가라 폭포로 출발한다. 폭포까지는 길게 잡아야 한 세 시간 정도 걸릴까? 사실 거기서는 폭포를 보는 것 밖에 크게 할 일이 없어서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호텔 안의 포도밭을 산책한다. 이곳의 포도는 유럽에서 재배하는 것 보다 키가 훨씬 큰 것 같다. 무슨 이유일까? 호텔의 종업원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렇게 쓸데 없는 것까지 아는 사람은 없고, 저 앞에 보이는 호수가를 걸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게 가까워 보여도 호텔에서 호수까지는 한 2 Km 가까이 되고, 경치 좋은 곳은 대부분 사유지라서 가봐야 별볼일 없단다.
세네카 호수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한 후 두시간 정도를 더달려 드디어 캐나다 국경에 도착한다. 일단 캐나다 쪽에 폭포의 대부분이 있고, 더 볼거리가 많고 호텔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가격이 더 저렴하고 선택의 폭이 넓은 것 같아 캐나다 쪽 호텔에 묶기로 했다. 국경을 건너니 여권 소지는 필수. 미국에서 나가는 것은 아무런 수속이 필요없고, 캐나다 입국심사는 차를 탄채 우리나라 고속도로 톨게이트 같은 곳에서 하게된다.
평일이라 출입국심사 게이트는 비교적 한산하다. 무심코 차를 입국 심사를 받고 있는 다른 차의 바로 뒤에 세웠는데 잠시 후 입국심사관이 부스에서 나와서 정색을 하고 차를 뒤쪽의 'Stop' 사인 뒤에 세우라고 한다. 화들짝 놀라서 차를 후진시키고 머쓱해 있으며 이게 무슨 망신인가 생각하고 있는데 내 차례가 되서 다시 전진.
아까 내게 화를 냈던 그 친구 화가 좀 풀렸는지 한국말로 Stop을 뭐라고 하는지? 한국에는 정지 사인이 있는지? 정지 사인은 어떻게 생겼는지? 한국사람도 정지 사인을 보면 차를 세우는지? 빙글빙글 웃으며 한참을 데리고 놀더니 통과시켜준다. 앞으로 운전하다 Stop 사인 보고 그냥 지나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우리가 도착한 날이 노동절인가, Memorial Day인가 연휴가 끝난 다음날, 호텔에서 회원들에게 특별세일을 했는데 포함된 것이 폭포가 보이는 객실, 와인시음권, 저녁식사 1인 무료, 아침식사, 48시간 시내버스 승차권 등등 포함해서 얼마란다. 아무리 계산해보아도 이익이라 아내 몰래 예약을 했는데 체크인 후 방에 올라가니 정말로 창밖으로 웅장한 폭포의 전경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 패키지 구입하지 않았으면 정말 후회가 막심할 뻔 했다.
아내도 눈앞의 장관에 매료되어서 방에서 나갈 생각을 하질 않는다. 사실 나이애가라 폭포는 그동안 출장 때 몇번 온적이 있었고, 폭포만 휙하고 보고 가니까 별로 재미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느낌이 다르다. 방에서 보는 폭포의 전경도 그렇고 저녁 때 식당에서 와인 한잔하면서 폭포를 내려다 보는 느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도 매우 만족스러운듯. 창밖을 내려다 보면서 도대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간신히 설득해서 버스타고 깨끗하게 정리된 동네를(폭포에서 온타리오호까지) 한바퀴 둘러 보았는데, 번잡한 뉴욕에 있다가 정리가 잘된 캐나다에 마음이 맑아진다고나 할까? 너무 좋아해서 오히려 내가 이상할 정도.... 저녁 때 서울의 딸과 통화하면서 이곳이 천국같단다. 매사에 좀처럼 만족하지 않는 엄마의 뜻밖의 반응에 도대체 딸도 아빠가 무엇을 어떻게 했길레 저렇게 행복해하나 한참 의아하게 생각했다나.
결혼 생활 30년이 넘었지만 어떻게 해야 아내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믈 것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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