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14. 08:38ㆍ여행
독일 북부 니더작센 주의 볼프스부르크에서 고객과의 회의가 오전 느즈막하게 있어 쾰른에서 한번에 가기는 부담스러워 중간에 자기로 하고 독일의 현지 직원이 잡아준 호텔이 회의 장소에서 한 40분 거리에 있는 브라운슈바이크의 마그니토어(Magnitor)라는 호텔이었다.
독일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옥을 개조한 자그마한 호텔이라고 하는데 막상 차를 타고 와보니 도처에 일방통행 도로가 있어서 호텔을 빤히 보면서 한 15분을 헤맨 후에 상황을 파악하고 호텔 앞에 차를 대는 것을 포기하고 부근의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런 골치 아푼 곳에 방을 잡아준 사람들을 원망하면서 호텔에 도착했다.
두 사람이 타면 꽉 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방은 생각했던 것 처럼 작지는 않았고, 일을 할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책상도 있고, 방은 그야말로 티끝 하나 없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참 독일 사람들은 청소를 잘한다. 우리도 한국에서는 깨끗하게 사는 편인데 옛날 독일에서 살 때는 우리 집 창문만 어쩐지 다른 집보다 더러운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혹시 된장찌게하도 끓이는 날이면 옆집에서 불평할까봐 전전긍긍하곤 했는데, 이곳은 아무리 가난한 집도 창문은 정말 반짝 반짝 빛이 난다.
여행 중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선 방이 이렇게 티끝 하나 없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것을 보는 것도 피로 회복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내 방 창문 밖으로 보이는 중정과 호텔 프론트가 있는 건물의 뾰죽한 지붕도 내 마을을 편안하게 해준다.
지금은 상당히 위축되어 있지만 브라운슈바이크는 니더작센의 수도인 하노버와 VW의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 사이에 있는 독일 공업의 중심지 중의 하나이다 과거에는 북유럽의 도시간 무역공동체인 한자동맹의 주축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번영을 누렸고, 브라운슈바이크-뤼네부르크 공국의 수도로 볼만한 역사적인 건물이 상당히 많은 도시이다.
호텔 프런트의 수다스러운 독일 아줌아에 의하면 이 도시에서 독일에서는 최초의 축구경기가 열렸다고 한다나, 그런데 이곳을 근거로한 분데스리가 축구팀인 아인트라하트 브라운슈바이크는 별써 몇 년 째 2부 리그에서 맴돌고 있는 형편. 아줌마가 추천한 대로 바로 옆의 독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때마침 날씨가 화창해서 장미꽃이 만발한 정원에 테이블에 앉으니 향기로운 꽃 내음과 맛있는 음식 냄새, 천국이 따로 없다.
주문을 받으러온 종업원은 늘씬하고 광대뼈가 높은 전형적인 북독일 미인, 캐제타이크(치즈 튀김)을 추천한다.
치즈 튀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무 맛도 없는 그것? 하고 물으니 그것과는 질이 다르다고 펄쩍 뛴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미인이 추천하는지라 얼떨결에 주문을 했는데, 나온 음식을 보니 모양은 독일 사람들처럼 투박했지만 맛은 상당한 특징이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치즈 튀김보다는 훨씬 더 고급의 오래 숙성이 된 치즈를 써서 내가 좋아하는 코리 코리한 냄새도 조금나고 깊은 맛이 느껴진다.
너무 기름져서 금방 느끼해져서 와인을 많이 먹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
호텔로 돌아와 깨끗하게 정돈되고 은은한 향기가 나는 방에서 푹 자고 일어나니 새벽 다섯시, 호텔을 나와서 조금 걸으니 시청과 광장, 그리고 주변이 과거 한자동맹시대의 상인들의 연합체인 길드하우스, 당시에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직물업자들의 조합건물인 게반트하우스, 그리고 이 도시의 상징은 사자 동상을 둘러 보면서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나를 위해서 고민 고민했을 독일 동료들의 배려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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