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8. 14:20ㆍ여행
터키의 카파도키아에 가려면 버스를 엄청 타고 가야한다. 물론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여러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이번에는 패키지 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스탄불에서 터키의 공식적인 수도인 앙카라까지는 버스로 무려 6시간을 가야하고 거기서 하루 자고 다시 4 ~ 5시간을 꼬박 가야 카파도키아에 도착할 수 있다.
오스만 터키의 수도는 지금은 이스탄불로 불리는 콘스탄티노플이었는데 1차대전시 독일측에 가담한 오스만터키가 패하자 중동과 소아시아에 걸쳐 있던 오스만 터키 제국은 급속도로 해체되기 시작한다. 영국과 프랑스 중심의 연합국은 터키를 분할하여 일부 영토를 터키와 앙숙이던 그리스와 아르메니아에게 할양하고 중동과 아나톨리아(오늘날 터키 중심부)에서 세력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일차대전 갈리폴리 전투의 영웅 무스타파 케말을 중심으로 격렬한 저항을 하여 결국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을 영국과 프랑스의 보호령으로 할양하고 아나톨리아는 터키의 영토로 확정시킬 수 있었다. 무스타파 케말은 아나톨리아에서의 터키의 권리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수도를 이 지역의 한가운데 있는 앙카라로 옮긴다.
현재의 앙카라는 인구가 5백만에 가까운 터키에서 두번째의 대도시이다. 원래 기원전 히타이트 시대부터 형성된 아주 오래된 도시로 수도 이전 당시의 인구는 약 3만 5천 정도 되었고, 인구 50만의 계획도시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이후 급격한 발전을 하여 터키의 경제와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였다. 우리도 잘하면 세종시를 이렇게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세종시와 다른 점은 앙카라는 모든 중앙정부기관과 외국대사관이 소재하고 있어서 명실상부한 수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앙카라에게 수도의 지위를 빼았겼슴에도 불구하고 이스탄불은 지속적인 발전을 하여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하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고, 앙카라는 앙카라대로 발전을 했으니 누가 보아도 윈-윈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카파도키아는 오랜 세월 독립된 왕국으로 존재하거나 비잔틴제국과 터키족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다가 11세기경에 정식으로 셀죽터키에 편입된 후 터키인들이 이주하기 시작하였다. 이곳은 해발 1000m의 고지대로 인근의 활발한 화산활동으로 인하여 용암이 분출한 곳에 다시 화산재가 쌓이고 이후 오랜 기간 풍화작용에 의해 약한 곳은 깍여 나가서 오늘날과 같은 지형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화산재의 암반으로 굴착이 용이하고, 또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이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굴을 파고 거주한 지역인데, 이 지역의 인구가 증가한 것은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서 이곳으로 이주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지역에는 5 ~ 6개의 지하 도시가 있으며 가장 큰 지하도시에는 약 6만명 정도가 거주했다고 한다. 지하도시에는 수많은 터널이 거미줄 처럼 얽혀 있으며 이 터널안에는 교회, 병원, 학교 등 공공시설이 있고, 한편으로는 로마군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일부 중요한 터널을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게 만들기도 하였다.
사실 터널은 그것을 건설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지만 처음 들어가 보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게 그거여서 약간은 싫증이 나지만, 야외의 기기묘묘한 봉우리들과 촘촘히 파놓은 동굴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비가 별로 오지 않고 물도 귀한 곳 같으니 오래 살기는 불편할 것 같다.
카파도키아 관광의 중심지는 괴레메라는 도시로 밀려드는 관광객에 대비해서 비교적 편리하게 잘 개발되었다.
괴레메에서 열기구를 타고 공중에서 카파도키아 전경을 볼 수도 있는데 값이 만만치 않고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 하고, 또 이따금 열기구가 추락한다는 뉴스도 접하는지라 썩 내키지는 않는다. 괴레메에는 수많은 식당이 있어서 주머니 사정에 맞는 터키식 음식을 즐길 수 있으며, 많은 식당에서 민속공연을 함께하는데 이집트 밸리댄스, 수피 회전 댄스, 아람식 칼춤 등등을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신뢰성이 있게 고증되고 재현되는지는 조금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오랜 버스 여행 끝에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조금 엉성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지 않겠는가?
여행자로서의 나의 느낌은 이곳은 모든 사람이 지나쳐 가는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떤 곳에 가면, 가령 인도같은 곳, 지중해 연안의 남유럽은 구경하러 온 사람들과 머무르는 사람들이 적당히 섞여 있어서 유적이나 경치에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어떤 에너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곳은 자연 경관이 주는 느낌이 압도적인 것 같다. 버스를 타고 휙 지나가서 현지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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