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 Vienna, Austria

2013. 5. 18. 14:32여행


나의 첫 비엔나 방문은 1982년 평사원 시절에 오스트리아의 공업의 중심지인 린츠에 출장 왔다가 마침 출장 기간 중 주말이 끼어 있어 상사들과 함께 넷이서 기차를 타고 온 것이었다.  당시 외국 구경은 사우디 아라비아, 바레인 등지의 중동 국가 뿐, 그것도 제대로 구경한 적은 없고 건설 현장 부근의 지방 도시 밖에 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비엔나 시내에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멋있고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우리나라가 정말 못살기는 못사는구나....  


그리고 길거리의 오스트리아 인들은 얼마나 멋있게 보였던가.  넷이서 돈을 모아서 택시 한 대를 몇 시간 대절해서 시내를 한바퀴 돌아 보고 합스부르그 왕조의 별궁으로 사용되었던 쇤브룬 궁 관람을 했는데 궁의 화려하고 우아함은 물론이고, 관광객에게 설명을 하던 여직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감동했던 기억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그 아름답고 상냥하던 여직원도 이제는 할머니가 되었겠지....


그후 비엔나에는 출장으로 몇 번 온 적이 있었는데 올 때마다 곳곳에 공사로 교통체증이 심한 도시라는 기억밖에는 남지 않았다. 이번에는 관광지의 구경 보다는 비엔나의 분위기를 차분히 느껴보고 싶다. 


비엔나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 기원전 5세기 부터 도시가 형성되었고 중세 이후 부터는 합스부르그 왕조의 수도로 언제나 유럽 문화의 중심지였다.  그런 역사적인 배경에 비해서 도시의 인구는 2백만이 채 되지 않는, 우리 기준에서는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다.  쇤브룬을 제외하고는 역사적인 유적이 모두 시내 중심에 있어서 관광하기도 좋은데 한가지 흠은 물가가 비싸다는 것, 어쩔 수 없다.  


비엔나의 관광지에 가면 두명의 여성이 모든 스토리의 중심임을 발견한다.  첫번째는 마리아 테레사 여왕.  마리아 테레사는  18세기 초 선왕이 남자 후계자 없이 사망하자 왕위계승법을 고쳐서 오스트리아 왕으로 즉위한다. 당시 유럽 각국의 왕실은 정략 결혼으로 인해 서로 인척 관계인지라 자국의 왕위계승권을 주장하는 나라들이 나타나서 외교적 분규가 이어졌다.  이런 어수선한 틈을 타서 당시 상승세였던 프러시아의 프레데릭 대제가 오스트리아령인 실레지아를(오늘 날 독일과 슬로바키아에 접한 폴랜드 남부 지역) 점령하여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이 일어났고, 이 전쟁은 뚜렷한 결론 없이 마무리 되었다.

  

마리아 테레사는 실지 회복을 위해 다시 7년 전쟁을 일으켰으나 실레지아 탈환에는 실패한다.이후 그녀는 내정에 몰두하여 오스트리아를 근대 국가로 변모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여왕은 토스카나 공국의 프란시스 공과 결혼해서 무려 16명의 자녀를 출산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프랑스 루이 16세의 아내로 프랑스 대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안뜨와네트. 오늘날 비엔나의 궁전의 대부분은 마리아 테레사에 의해서 건설되거나 증축되었다.  


또 한 명의 여성은 19세기 중엽 부터 20세기 초 까지 무려 68년 간 오스트리아-항가리 제국을 통치한 프란츠 요셉 황제의 부인인 엘리자베트이다.  현지인들 사이에는 시시(Sisi)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녀는 독일 출신의 유명한 미인으로 소탈한 행동과 서민에 대한 따뜻한 관심으로 황제보다 훨씬 더 높은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뿐만이 아니라 항가리에서도 매우 인기가 높아서 부다페스트에서도 그녀을 주제로 한 기념품이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현대의 다이애너비 같은 인기를 누리지 않았을까?  


그녀도 다이애너와 같이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이미 결혼을 한 외아들인 루돌프가 오스트리아 외교관의 딸과 사랑에 빠졌고, 이룰수 없는 사랑을 비관한 두 사람은 함께 권총으로 자살한 것.  이 사건은 후대에 여러 차례 영화화 되기도 하였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활발한 활동을 하였지만 1898년 스위스 여행 중 무정부주의자의 총격을 받아 아름답고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다. 


아내를 잃은 프란츠 요셉은 큰 슬픔에 빠졌지만 17년을 더 살고 1차대전 도중에 사망한다.  

비엔나의 왕궁을 관람하면 프란츠 요셉 황제의 집무실을 볼 수 있는데, 그는 매우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이어서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격무에 시달렸다고 한다. 아내를 잃고 슬픔에 빠진 자그마한 체구의 늙은 황제가 아무 낙도 없이 쇠퇴하는 제국을 살리기 위해서 밤늦도록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그리면 착잡한 생각이 든다. 


비엔나의 다른 명물은 비엔나 커피와 타르트, 그리고 모짜르트일 것이다.  

비엔나 올드 타운, 특히 오페라 하우스 부근에는 오래 된, 전통있는 카페가 많은데, 독일어로 토르테(Torte)라고 하는 케이크를 곁들인 커피를 마시며 잠시 상념에 빠지는 것도 아주 좋은 휴식과 추억 거리가 될 것이다.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이 집은 한국 TV의 여행 다큐멘타리에 소개된 집이라고 하는데 역사가 한 150년 정도 된다고 한다.  


벽에는 20세기 초 이 집을 방문한 명사들의 흑백 사진이 걸려 있고, 카페 안의 테이블, 의자들도 아주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이다.  서빙하는 종업원들도 나이가 지긋하고 품위있게 생긴 남녀들,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에 구스타프 클림트, 슈테판 츠바이크, 아르투르 슈니츨러, 프로이트 같은 양반들이 머물다 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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