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3. 13:07ㆍ리더십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마틴 셀리그만과 그의 동료 스티브 마이어는 1967년 미국 펜실배니어 대학에서 B.F.스키너의 행동심리학에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스키너의 학습효과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 개를 대상으로 시험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개들은 세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첫번째 그룹은 활동을 제한하는 장구를 채웠다가 어느 정도 시간을 흐른 후 풀어 주었고, 두번째 그룹은 우리 안에 가두어 놓고 목걸이를 통해 고통스러운 전기 자극을 주었고, 개들이 우리 안에 설치된 레버를 내리면 전기자극은 중단되도록 설계되었고, 마지막 그룹은 레버를 내려는 것과 관계 없이 전기자극이 계속되는 시험을 하였다.
한동안 이런 상황에서 실험을 한 후 실험자들은 개들의 환경을 변화 시켰다. 개의 우리를 둘로 나누고 가운데는 개가 쉽게 뛰어 넘을 수 있는 높이의 칸막이를 설치하고 개들이 있는 우리 바닥에는 전류를 통하게 하고 반대쪽 우리는 전류를 통하지 않았다. 한쪽 우리에 전류가 통하지만 개가 낮은 칸막이를 뛰어 넘으면 전기 자극에서 오는 고통은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시험을 하였다. 시험 결과는 첫번째와 두번째 그룹의 개들은 몇번의 시도 끝에 전기자극이 오면 가운데 칸막이를 뛰어 넘어 안전한 우리로 피신하였지만 마지막 그룹의 개중 2/3는 강한 전기자극에도 불구하고 피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였다. 개들은 첫번째 실험에서 자신의 시도와는 관계 없이 전기자극을 받은 결과 무력감을 학습하게 되었으며, 이는 나중에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고통을 중단 시킬수 있는 상황에서도 상황 변화의 시도를 포기하고 고통을 감내하게 된다.
필자는 몇 년 전에 팀장 한 명을 해외 법인에 보내게 되었는데 그만 후속 팀장의 귀국이 개인 사정으로 늦어져 몇달 동안 임원이지만 팀장 대행 역할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팀은 해외 영업 중에서 궂은 일이라고 할 수 있는 물류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고객 수가 많고 사내에서 협조해야 하는 부서도 많아서 문자 그대로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밥 먹듯이 하는 팀. 담당 팀장에게도 직원들을 좀 더 일찍 퇴근 시키라는 주문을 해보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어쩔 수 없다' 이었다. 과연 그럴까? 팀장 대행 첫날 팀원들을 모아 놓고 나의 목표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6시 반에 퇴근' 이었다. 직장인들에게는 정말 좋은 목표 아닌가?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 목표를 제시했는데 직원들의 반응은 '과연 그게 되겠나? 이 상황에서 임원이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나? ' '현상 파악한답시고 이것 저것 보고서를 만드느라 퇴근이 더 늦어지지 않을까?" 등등 영 신통치 않았다.
무엇을 개선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현재 상황 파악, 필자는 우선 아침에 한 2 ~ 30분 정도 간단한 팀 미팅을 하여 오늘의 할일, 주요 문제점에 대한 정보 교환을 하였다. 사실 사무실에 출근하면 바로 전투가 벌어지기 때문에 아침에 한가하게 팀원들 모아 놓고 회의를 하는 것은 쉽지가 않고, 리더로서 상당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래도 무엇인가 개선하려면 꼭 해야 하고, 또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도 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오후 5시반 쯤 사무실에 있는 사람끼리 다시 짤막한 마감 회의를 하였는데 필자가 한 일은 '오늘 무슨 문제가 있었나?' '이 문제는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나?' '내가 도와줄 일은?' 정도의 원론적인 질문 몇 개를 던지는 것 뿐이었다. 사실 물류라는 것은 거의 자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중간에 임원이 개입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회의를 하다 보니 팀원들이 대부분 같은 유형의 이슈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하느라 퇴근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관련 부서인 공장이나 구매에서 간단하게 업무 순서를 개선한다던가, 서류 작성 시점을 합리화 한다든가 하는 자그마한 행동으로 상당히 많은 문제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그것은 돌발적인 지연 사유의 감소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몇 주만에 퇴근 시간을 저녁 8시 이전으로 앞당길 수 있었고, 그 다음 부터는 팀원들이 재미를 들여서 본인들이 알아서 퇴근 시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다. 몇 달 후 후임 팀장이 도착했고, 6시 반이라는 나의 목표는 아깝게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 사건은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시각을 달리한다면 얼마든지 어려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좋은 교훈이 되었다.
코칭을 하다 보면 이따금 도저히 시간이 없고, 긴급한 목표가 많아서 직원들의 말을 경청할 수 없고, 질문을 통한 부하의 육성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고객을 대하게 된다. 그런데 모든 임원과 팀장이 시간이 없고 긴급한 목표를 수행해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당수의 간부들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다. 어떤 고객은 부하들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결재를 받을 때가 부하 육성의 가장 좋은 기회이며, 부하 육성을 위해서 별도의 시간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내게 해주곤 한다. 이런 분들은 정말 직장 생활이 재미있고 보람이 있을 것 같고, 일을 통해 사람을 키운다는 가치 있는 일을 몸소 실천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지금도 도저히 바빠서 부하를 육성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간부가 있다면 혹시 내가 학습된 무력감에 사로 잡혀 있지 않은가 자신에게 물어 보는 것으로 생각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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