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셰레모티에보 공항

2013. 3. 22. 16:50여행

모스크바에는 서너개의 공항이 있는데 그중에서는 냉전시절의 첩보추리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셰레메티에보 공항이 가장 유명하다.  셰레메티에보는 터미날 1, 2와 최근에 건설된 터미널이 하나 더 있고 도시 반대편에 도모데디에보라는 공항이 있다.   

시 외곽에 국내선 전용의 공항이 하나 더 있어서 모스크바에서 항공편으로(특히 국내선) 출발 시에는 꼭 공항을 확인해야 한다.  

나는 업무상 해외여행을 비교적 자주 하는 편인데, 아마  셰레모티에보 공항이 유럽의 큰 나라 공항중에서는 최악의 공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 공항은 1959년에 개통된 공항으로 냉전시대 첩보 스릴러에 많이 등장했던 명성에 비해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최근에는 새로운 터미널이 건설되어서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러시아는 시민의 행복보다는 관료나 올리가키(Oligarchy : 새로은 정치, 경제의 엘리트 집단)의 이익이 우선 되는 듯, 신청사도 사용자의 편의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도 대부분의 국제선은 구청사 터미널 2를 이용하고 있다.


구청사는 1959년에 지은 건물이므로 상당히 낡았지만 비교적 관리는 잘 되어있어 유럽 다른 도시의 국제공항 처럼 화려하고 현대적이지는 않지만 기능 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해외 여행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그 나라 수도의 공항에는 그 나라만의 어떤 냄새가 느껴지는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인천 공항에 오랜 여행 끝에 도착하면 어딘가 마늘 냄새 같은 것이 느껴지고, 사람들의 걸음 걸이나, 바지의 길이, 양복의 품, 공항 여직원들이 삼삼오오 몰려 다니는 것 등에서도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러시아 공항의 특징은 어딘가 슬픈 느낌이 드는 사람들의 어두운 표정 인데,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대하게 대는 공항 직원들의 어딘가 슬프고 잔뜩 찌푸린듯한 얼굴은 여행자로 하여금 막연한 중압감과 아, 지금부터는 조심해야 하는구나 하는 경계심을 일으키게 한다.  그런데다 요즈음은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더욱 불안하다.  

미국에 입국할 때도 이따금 입국심사대의 긴 줄에 서있으면 짜증이 날 때가 있지만 그래도 그곳은 말도 통하고, 직원들이 유모어 감각도 있는데, 러시아 공항의 첫인상은 그저 어둡기만 하다.  


80년대 중반에 중동의 시리아라는 나라에 출장 갔다가, 입국 비자에 문제가 있어서 하루 밤 꼬박 공항 입국장에서 기다리다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현지인들끼리 하는 대화를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불안에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더구나 시리아는 당시 우리나라의 적성국가로 외교관계가 없고, 북한과는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몇 시간을 기다리다 공항에서 북한 사람들이 입국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그들의 깜짝 놀란 표정, 나를 힐끔 힐끔 보며 지나갈 때의 내가 느낀 공포와 불안감, 혹시 여기서 바로 납북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상 등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러시아야 지금 한국과 외교 관계가 있고 나같은 평범한 회사원에게 무슨 볼 일이 있겠는가? 그래도 말이 통하지 않아서 유사시에 자기 방어를 하지 못 할 때의 불안감은 상당한 것이다.


입국 심사는 주로 30 ~ 40대의 여성 관리들이 하는데  여전히 표정은 마치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신 듯 어둡기만 하다.  

입국 관리 컴퓨터의 자료 처리 속도가 느려서 상당히 기다려야 하는데,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러다 상대방과 눈길이 마주치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억지로 살짝 미소도 지어보지만 저쪽의 반응은 냉냉하기만 하고, 나만 실없는 사람이 될 때가 많다.   

우여곡절 끝에 입국 수속을 마치고 Arrival Hall에 나오면 호텔까지 가는 것이 문제가 된다.  다행이 모스크바에 연고가 있어서 누군가 공항에 마중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시내까지의 거리는 김포공항에서 도심까지의 거리와 비슷한 것 같은데, 처음에 부르는 가격은 시내까지 보통 80유로. 나는 약 60유로까지 깍아 보았는데, 어느 것이 적정한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 러시아어 실력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것 같은데. 몇 년 전 모스크바 여행 때는  러시아 거래처에서 차를 공항으로 보내서 시내로 들어가는 데 공항 바로 앞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내가 타고 간 차가 상당히 많이 파손되어서 운행불가능 상태, 밤 10시가 넘은 상태에서 무엇인가 비상수단을 강구해야 할 상황인데 다행히 거래처의 기사가 기지가 있는 사람이어서 지나가는 개인 승용차를 세워 시내까지 40유로에 흥정하여 호텔에 무사히 도착한 적이 있는데, 아마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적정한 택시요금은 약 40유로 이내가 아닐까?


문제는 항공편을 갈아 탈 경우 인데, 세레모티에보에는 1 터미날(주로 국내선)과 2 터미날(국제선)이 있는데 국제선/국내선 터미날 간 상상이 가지 않는 이야기 이지만 무료 셔틀 버스가 없다! 러시아 국영항공사인 에어로프로트를 타면 무료 셔틀 버스가 있기는 한데, 도착하면 항공사 카운터에서 신고를 하고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전에는 보통 시내 버스나 택시를 이용했는데, 택시를 타고 갈 경우, 4 ~ 5 정거장(약2km) 거리에 부르는 값은 보통 80 ~ 40유로를 부른다.  가장 권장할 만한 방법은 공항 터미날 바로 앞에서 정차하는 시내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는데, 가격은 아주 저렴하고 버스 앞에 "Sheremetievo II” 라는 영문 표시가 있는 경우가 있고,  미덥지 않으면 운전수에게 "셰레메티에보!!" 하고 빽 고함을 질러 고개를 끄덕거리면 타면 되는데, 만약 비라도 온다면 한데서 짐을 들고 버스를 타야 하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은 신청사로 도착하는 비행기가 많고 신청사에는 셔틀이 다닌다고 하니 과거보다는 많이 편해진 것이다.


이렇게 힘든 곳인데도 요즘 비행기를 타면 상당히 많은 한국 유학생과 젊은 배낭 여행자들을 볼 수 있다.  이미 배낭 여행을 할 용기와 체력이 없는 나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데, 이렇게 불편하고 치안도 좋지 않은 곳을 찾아서 여행하는 그들의 용기와 호기심에 경의를 보낸다.



  

  안개 낀 가을 아침의 셰레모티에보 공항의 관제탑과 구 터미날

   



  러시아 국내선 비즈니스 클래스의 기내식.  이코노미 글래스는 비닐 봉지에 싼 샌드위치 한 조각.  보기는 그래도 꽤 맛있는 식사가 된다.  조금 오래 전에 내 친구 하나가 중국남방항공인가의 비즈니스 클래스로 여행 한적이 있는데 비즈니스 클래스 기내식으로 이코노미 글래스의 식사 두개를 받았다나...  변화하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채 어쩔줄 몰라서 양으로 승부하는 중국 친구들이 귀여워서 한참을 둘이서 배꼽 잡고 웃었다.



  모스크바 - 사마라 간 비행기에서 찍은 눈에 덮힌 남러시아 대평원.  옛날 같으면 이런 짓 하다가  KGB에 잡혀가서 경을 쳤을텐데...



 

 남부러시아의 사마라 공항 전경.  내가 도착하기 몇달전에 이곳에서 여객기 한대가 추락해서 수십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는데, 6개월이 지나도록 파괴된 비행기 잔해를 치우지 않아서 항상 불안에 떨었던 곳.  잔해는 반대쪽에 있어서 사진 촬영이 불가능.




  Hotel Emerald - Best Hotel in Togliatti




  모스크바 붉은 광장 입구의 이차대전의 영웅 쥬코프 장군의 동상.  항상 적보다 많은 아군 사상자를 내고도 전쟁에서 승리한 강심장의 사나이




  붉은 광장의 모스크바 국립박물관 - 상당히 볼 것이 많은 곳인데 아쉽게도 모든 설명이 러시아로 되어 있어서 충분히 즐길수 없었다.



  

  저 유명한 바실리 성당, 화려한 외부에 비해서 내부는 글쎄, 입구의 줄이 길다면 애써 들어가지 않아도 좋을듯




  크레믈린 궁정 - 그 음산한 권력의 상징




 크레믈리 궁 옆의 2차대전 전몰자 위령소의 러시아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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