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 (Pisa)

2013. 2. 10. 17:00여행

볼로냐에서 피사까지는 고속도로로 한 시간 반 정도의 거리, 며칠 전 볼로냐에서 피렌체로 여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2차선의 고속도로에 화물차들이 줄줄이 운행 중이어 여간 신경이 많이 쓰이고 피곤한 것이 아니다.   고속도로에서 나와서 피사로 접어드니 그 유명한 피사의 사탑이 졸도 1분전의 자세로 우리를 맞는다.  


피사는 인구 9만의 소도시로 별로 준비 없이 차를 몰고 가도 헤맬 일이 없는 도시이지만 인터넷에 주차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없어서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이렇게 수백 년 간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간 피사에 확실한 주차장에 대한 이야기가 인터넷의 관광안내 안내에 없다니 우리 나라 지자체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 이다.그 대답은 마을에 도착하자 풀렸는데 피사에는 주요소 뒤 같은 공터에 개인이 운영하는 주차장이 여러 곳 있어서 걱정했던 주차는 크게 애를 먹지 않고 할 수 있었다.  그냥 비포장의 조금 큰 집의 뒷마당 같은, 주차장이라고 부르기에는 상당히 초라하지만, 주차장에 지키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주차 요금도 하루에 10 ~ 15 유로로 별로 비싸지 않은편, 만족스럽다. 


우리 나라에서 피사 같은 유명한 관광지라면 지자체에서 큰 돈을 들여서 넓직하고 편리한 공영 주차장을 설치 했을텐데.... 우리나라 같이 무조건 하드웨어에 돈을 쓰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탈리아 같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도 큰 문제 인것 같다. 우리 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이탈리아는 왜 이렇게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것일까?  복지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이탈리아보다 복지에 대한 지출이 많은 북유럽 여러나라의 사회기반시설은 이탈리아의 그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잘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요즘 한국 지방도시의 경전철, 화려한 지자체 청사,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지방의 유원지, 박물관과 미술관의 건설처럼 마구잡이로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얼마전 선거에서 마리오 몬티 수상이 이끄는 재정개혁 주도세력이 패배하고, 벨루스코니 같은 구세대 정치인, 또 지금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그냥 대안 없이 정부의 정책 비판을 주요 정강으로 채택한 시민운동이 득세하여 한참 가속이 붙고 있는 이탈리아의 재정개혁에 제동이 걸리는 것을 보면서, 정치라는 것이 짜증 나고 소모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정치 없이는 국가가 발전할 수 없고, 제대로 된 정치인을 잘 뽑는 국민이 결국은 그 국가의 실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00년전에 최고의 번성기를 누린 이탈리아 인들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때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아무튼 이탈리아의 가장 큰 이슈는 신뢰성 있는 정치지도자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독일이나 영국과 이탈리아의 국민성과 사회적인 분위기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는 19세기 중반까지는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분열되어 있었는데, 무엇이 독일국민은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마다 국민적인 합의를 이루어 발전할 수 있었고, 왜 이탈리아는 아직도 북부와 남부, 부자와 가난한 사람간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그 유명한 사탑에 도착했는데 이곳도 동유럽과 중국의 관광객이 압도적이다. 피사는 중세시대에 제노아, 베니스 등과 함께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였다.  특히 지리적으로 인접한 제노아와는 대립이 심하였는데, 13세기 말 제노아와의 해전에서 패배하고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하여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 피렌체의 영향권 안에 놓이게 된다. 


피사에 도착하면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도시의 건물이 전체적으로 흰색이 많다는 것이다.  재미있다. 볼로냐는 붉은 색, 피렌체는 갈색이 전체 도시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데, 왜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에 위치한 세 도시의 건축물들이 이렇게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을까?  이거 누군가 연구해서 발표하면 상당히 주목을 받을텐데....


유명한 사탑은 1173년에 피사 사원의 종탑으로서 건설이 시작되었다.  이 탑은 약 340년의 기간 동안 꾸준히 건설되었는데, 착공 5년후 2층을 올릴 때 부터 기울기 시작하였다.  지반이 연약한데다 약 56 미터의 탑의 기초를 3 미터로 충분하다고 계산한 설계자의 실수가 주원인인데 당시 뚜렸한 해결책이 없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제노아, 피렌체 등과의 끊임 없는 전쟁으로 약 100년간은 공사가 중단되었고, 그 사이에 이미 건설된 탑의 무게로 지반이 충분히 안정이 되었다고 판단하여 공사를 재개 하였다고 한다.  


공사는 물론 다른 건축가에 의해서 재개 되었고, 기울어진 탑을 보정하기 위해서 3층 이상의 층들은 한쪽을 조금 높게 설계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그후로도 탑은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었는데 2000년대 대대적인 보강공사로 이 탑은 건설된 후 처음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완전히 안정시킬 수 있었고, 앞으로 최소한 200년 간은 안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탑도 아름답지만 주변의 바티스테로 디 산지오반니와 피자자 델 미라콜리도 흰색의 대리석 건물로 비록 사탑의 명성에 눌려 있기는 하지만 그 자체만의 아름다움이 만만치 않다. 


특히 미라콜리 광장의 두오모는 외부의 아름다움과 함께 내부의 구약성서의 스토리를 표현한 조각과 그림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한쪽에는 유리관이 있고 상당히 오래된 유골이 안치되어 있는데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12세기에 피사의 부유한 상인이였다가 성자가 된 산 라니에리의 유골이라고 한다. 무려 900년 전 사람의 유골이라니....



사탑 주변의 유적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엊그제 피렌체에서 너무 무리를 했는지 피곤하다. 탑 주변에는 옛날 이탈리아의 지방 도시의 모습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는 마을이 있는데, 이곳은 피렌체와 마찬가지로 옅은 갈색의 분위기, 물론 일반 주택까지 값비싼 대리석으로 지을 수는 없었겠지.  부근의 노천카페에서 파스나와 시원한 화이트와인으로 갈증을 달랜다.  이 동네는 상당히 많은 수의 마차가 있는데 관광객들을 마차를 타고 마을과 탑을 관광할 수 있다. 피사까지 올 정도면 그전에 여행의 막바지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마차를 타며 피곤한 다리를 위안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사실은 피사 주변에 중세 도시의 성곽과 내부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루카라는 마을도 있고, 아름다운 해변과 언덕 위의 마을로 유명한 칭퀘테레라는 지역도 있는데 이제 집 나온지 열흘이 넘으니 약간 지치기도 해서 무리하지 않고 느긋하고 한가로운 점심을 먹고 볼로냐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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