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0. 16:43ㆍ리더십
M 상무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이제는 몸과 마음이 지쳐서 훌훌 털어버리고 어딘가 떠나고 싶다. 눈을 감고 지난 6개월을 돌이켜보니 후회막급이다. “아, 그때 내가 좀 더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몰려오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난감하다.
문제의 발단은 1년 전, K 사의 주력공장의 공장장인 M 상무는 상승하는 인건비와 다양한 사양의 제품을 요구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존의 생산라인을 자동화 공정으로 변경하라는 경영진의 지시를 받고 대대적인 생산라인의 개조에 착수했었다. 그런데 난데 없이 유럽발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 경색으로 생산라인을 제작하던 업체가 부도가 나서 부랴 부랴 다른 업체로 바꾸어 진행을 시켰으나 결국 설비는 몇 달 늦게 설치가 되었다. 하지만 금년 여름 모델부터는 자동화 라인에서 생산한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시험생산과 직원 교육시간을 줄여서 무리하게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시중에서의 대규모의 불량과 함께 잦은 설비 고장으로 안팎으로 시달리게 되었다.
주말 부부인 M 상무는 벌써 한 달 가까이 집에도 못 들어가고 생산라인을 안정 시키기 위해서 본인 생각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있었다. 그날 그날 생산 차질과 불량 원인에 대해서 공장간부들과 대책회의를 하고 시간이 나면 현장에 내려가 직원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독려하고 밤에도 고생하는 직원들이 안쓰러워서 퇴근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새우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M 상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직원들의 피로도는 높아져서 언제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더구나 자신을 믿고 기다려 주는 경영진의 불안감도 점점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막다른 골목의 M 상무는 경영 컨설팅을 하는 선배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공장에 도착한 선배는 M 상무의 설명을 듣고 3일간 공장이 돌아가는 것을 관찰하였다. 3일 후 M 상무와 마주 앉은 선배는 말했다.
“M 상무, 정말 고생이 많네, 이렇게 자신의 문제를 감추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한다는 것은 용기 있고, 현명한 행동이지. 하지만 내가 관찰한 바로는 지금 이 공장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네.”
“선배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한 달간 집에 못 들어가고 고생하고 있는데요.”
“그건 잘 알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M 상무도 문제의 일부가 된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씀인지?”
“M 상무는 공장장 아닌가? 그렇다면 공장장의 역할을 해야 할텐데 내가 보기에는 생산부장이나 품질부장의 역할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지금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누군가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하고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할텐데, M 상무는 그 역할을 포기하고 지엽적인 품질문제나 생산문제에 매달리고 있지 않나. 더구나 공장장이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몇 시간씩 현장에서 작업자와 함께 작업한다는 것은 본인의 진정한 임무를 망각한 행동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네.”
그 말을 들은 M 상무는 며칠 전 사장으로부터 너무 현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 말고 사무실에 앉아서 차분히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은 것이 생각났다.
“M 상무, 지금 자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은 무엇인가?”
“사표 쓰고, 집에 가는 것 일까요?”
“그게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나?”
“.........”
“M 상무, 내가 할 수 있는 충고는 문제의 일부가 되지 말고, 문제를 보는 사람이 되라는 걸쎄. 내가 할 이야기는 다 했으니 나는 이만 가 보겠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용기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내가 문제의 일부가 되지 않으려면 나는 무엇을 보아야 하느가? M 상무는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현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이유는 사무실에 혼자 있어보아야 별다른 해결 방안이 떠오르지 않아 초조해지는데 그래도 현장에는 무엇인가 집중할 것이 있어 한참 몸을 움직이면 뒤숭숭한 생각이 사라지는 것 때문에, 즉 자신의 문제로부터의 도피처로서 현장에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무리 현장에서 시간을 보내보아야 자신이 해결책을 낼 수는 없을 것이고 자신이 할 일은 부하들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부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 업체 부도로 놓친 시간이 아닐까? 그 시간을 부하들에게 주기 위해서 자신이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 그는 우선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기로 하였다. 그는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일부 모델을 생산해서 한국 공장의 부족한 생산 능력을 보완해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부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계획부터 구상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해외에서 긴급 생산을 하면 비용을 더 들지만 그래도 지금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벗어나 비용을 고정 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주말은 부하들에게 휴식을 주고, 일본에서 전문가를 불러서 고장이 자주 발생하는 공정부터 차근 차근 안정 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조금 숨을 돌리면 이번 문제로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에 대해서 직원들과 솔직하게 이야기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그는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새로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사장에게 자신의 지금껏 노력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M 상무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전화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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