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3. 13:32ㆍ리더십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어려운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부하 때문에 상당한 고민을 하게 된다. A 팀장은 요즈음 K 차장 때문에 고민이 많다. 입사 20 년차인 K 차장은 그야말로 충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저돌적으로 추진해서 이따금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A팀장이 따로 챙길 필요가 없으며 팀내에서도 고참 사원으로서 후배들을 육성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K 차장의 단점이 있다면 목소리가 크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것. 이따금 사무실에서 K 차장이 통화할 때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상대방과 언쟁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자주 준다. 또 다른 단점이 있다면 행동과 외모가 약간 세련되지 못하다는 점. 이 점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요즘 A 팀장은 K 차장을 잘 모르는 연구소와 공장의 임원들 사이에 K 차장의 평판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어떻게 하면 K 차장의 마음을 상하지 않고 피드백을 할 것인가 고민 중이기도 하다.
요즘 K 차장은 상당히 사기가 떨어진 상태, A 팀장이 분위기를 바꿔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 이 문제의 발단은 몇 주전 K 차장이 담당 임원인 L 상무에게 크게 꾸지람을 들은 것. 새로 수주한 유럽의 R 자동차 사의 부품 개발과 생산에 대한 역할 분담을 하는데 한국 공장, 연구소, 유럽 공장 간의 견해 차이를 K 차장이 절충하지 못해서 프로그램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는 것. A 팀장은 K 차장이 매일 밤 Conference Call 을 하는 것을 보면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제 본인이 개입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만 유럽 법인장이 L 상무에게 항의하여 L 상무가 알게 된 것. 꾸지람은 A팀장도 같이 매섭게 들었는데 유독 K 차장만 축 처져있다. L 상무는 ‘영국 신사’ 라고 불리는 K 차장과는 정 반대의 스타일, 이따금 A 팀장에게 우회적으로 K 차장의 외모와 태도에 대해서 충고를 하라는 압력을 가하기도 했고, K 차장도 이런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아마 성격이 깐깐한 L 상무에게 찍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A 팀장이 K 차장의 사기를 올리고, 지금 문제가 되는 업무 추진 방식에 대해서 건설적인 피드백을 하려고 대화를 시도해도 K 차장은 “죄송합니다. 제가 무능해서 그렇습니다” 라는 대답으로 일관하며 전혀 마음을 열지 않는다. 성격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A 팀장은 자기와 반대되는 K 차장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한다. 둘이 이따금 술자리도 같이 하고 상당히 가깝게 지내는 편인데, 술자리에서 재미있게 대화를 하다가 이 문제만 꺼내면 다시 그 “제가 무능해서 그렇습니다”라는 멘트로 대화를 닫아 버린다.
답답해진 A 팀장은 심리학 박사인 동창에게 물어보니, 그 동창은 사람들이 무능하다고 자신을 비하하는 이면에는 그 반대로 인정을 받고 싶은 동기가 있으니 이 점에 포커스를 맞추어 보라는 조언을 한다. 아하! 맞아, 그런 것 같아! A팀장은 다시 K 차장과 대화를 시도했다. 이번에는 과거 K 차장이 실무자 시절의 업적을 인정하면서 대화를 시작하였으나 막상 본론에 들어가니 결과는 마찬가지, 심리학 박사의 조언도 필요 없었다. 그 후에도 두 사람은 몇 차례 대화를 시도했으나 인내의 한계에 다다른 A 팀장이 폭발하여 화를 내는 일도 생겨서 결과는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었다. 한편 프로젝트에는 계속 문제가 생겨서 A 팀장은 PM을 교체하라는 압력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연말 인사 고과 시즌이 왔고, L 상무는 프로젝트의 PM 교체하고 K 차장을 공장으로 내려 보낼 것을 결정한다. A 차장은 K 차장을 공장으로 보내지 말고 다른 프로젝트를 맡겨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자고 건의했으나 L 상무는 거절한다 “A 팀장, 나는 당신이 지난 6개월 동안 K 차장을 개선 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네. A 팀장은 K 차장이 다른 프로젝트를 맡으면 PM의 역할을 잘 할 것이라고 무엇을 가지고 보장하겠나? 지금까지 A 차장의 시도가 실패했으면 오히려 공장으로 보내는 것이 본인에게 자극을 주어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환송회에 참석한 K 차장을 본 A 팀장은 그야말로 할 말이 없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주말부부가 되어야 한다던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설픈 심리학자 역할을 하느라 기회를 놓쳐버린 지난 6개월이 후회 스럽다. 항상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돌려 말하는 자신이 좀더 용기를 내어서 좀 더 솔직한 피드백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진정으로 K 차장의 고민을 이해하려고 시도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A 팀장은 공장으로 출장 가면 잊지 말고 K 차장과 대화하고 꼭 몇 년 후에 K 차장을 다시 서울로 불러 오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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