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이 있는 공장

2013. 1. 12. 17:04리더십

90년대 초 우리 회사는 일본의 M사로부터 자동차 라디에이터 프로그램을 수주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80년 후반 현대자동차의 포니의 미국 수출성공으로 자동차 수줄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으며 우리 회사도 해외 업체와의 합작을 통하여 낙후된 기술을 발전시키고 해외 합작선을 통하여 해외의 자동차 부품 시장에도 진출하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해외 시장, 특히 일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다행이 우리의 노력과 해외 합작선의 측면지원의 결실로 비즈니스가 성사가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자동자용 소모품을 일부 일본에 수출하고 있었으나 자동차 구동에 관련된 기능 부품은 우리회사가 최초로 수주한 것으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끈 바 있었다.  수주 후 M사의 W구매부장의 인솔하에 7 ~ 8 명의 전문가들이 우리 회사의 전반적인 능력을 실사하기 위해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물론 수주 전에도 M사의 간부, 실무자들이 여러 차례 우리 공장을 방문해서 우리는 고객의 기대치를 알고 있어서 전반적인 프레젠테이션, 공장 정리정돈과 의전 등 만반의 계획을 세우고, 점검 확인, 재확인을 하면서 꼼꼼히 준비하여 드디어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 회사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조에 관련된 기술과 운영의 수준이 높은 회사인데 그날도 꼼꼼히 준비한 결과, 내가 보기에는 공장에 먼지 하나 없고, 우리가 자랑하는 각종 자동화 장비도 물 흐르듯 돌아가고 있었다. 손님들도 공장의 정리정돈 상태, 생산 설비의 가동과 관리 상태에 대해서 많은 흥미를 표시하고 이따금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공장 견학을 마치고 우리는 비즈니스 협의를 위해 회의실로 돌아왔고, 우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시작되었다.  공장견학이 잘 되어서 우리는 상당히 우쭐한 상태였고, 다른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공장운영이 잘되어 있다는 칭찬을 기대했다.  M사의 W구매부장은 예상한대로 우리 공장의 정리정돈 상태에 대해서 칭찬을 했고, 그리고는 나에게 공장은 매우 깨끗한데, 어딘가 혼()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Mr. , 라디에이터의 제조상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었다. 

 

질문의 의도를 몰라 당황한 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늘어 놓았는데 W 부장은 말했다. “저는 라디에이터를 제조하는 데의 핵심이 새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디에이터가 새면 바로 엔진과열로 이어져 차를 설 테니까요.”  그런데 귀사의 설비는 전체적으로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으나 조립되는 부품은 관리가 허술하여 먼지가 뭍은 채로 조립될 가능성이 많고, 현장의 작업자들도 이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나중에 차량이 시종에 나가서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될 것 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라디에이터는 새지 말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발견한 우리의 문제점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는 혼이 있는 공장은 우선 모든 종업원이 자신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또 내가 만드는 제품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인식하는 공장이라고 했다.  모든 종업원이 이것을 이해하고 있다면 공장장이나 생산부장이 일일히 이것 청소해라, 저것 고쳐라 시시콜콜 지시하지 않아도 작업자가 알아서 실천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 공장장이나 간부들이 보지 못하는 문제점을 작업자가 솔선수범하여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공장은 최신 설비를 가동하고 있고, 보이는 곳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으나 세심하게 관찰하면 많은 곳에서 허점과 모순을 발견할 수 이었으며 우리 노력이 상당 부분이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데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고 했다.

 

우리는 등에 식은 땀을 흘리면서 W부장을 설명을 들었다.  아마 이날이 우리 회사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의 하나가 아닐까?  2 ~ 3년 전에 설립되어 세계 제일의 자동차부품 회사가 되겠다는 열정과 의욕으로 당시 세계 일류 업체를 모방하며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섰다고 생각했던 우리들에게 혼이 있는 공장을 만들라던 W부장의 충고는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한 마디였다.

 

W부장의 충고는 20년이 넘은 지금도 내 귀에 생생하고, 그 후 나는 이따금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혼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하고 자신에게 묻게 되었고, 이 질문은 그후 오랜 직장생활에서 나의 나침반이 되었다.  코치가 된 지금 나는 코치로서 내가 하는 일에 혼이 있다면 그것을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나에게 이따금 하곤 하는데, 아직 명확한 대답은 찾을 수 없지만 답을 찾는 과정도 그 답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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