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스토리 - 듣기

2012. 2. 19. 14:48리더십

코칭에서 듣기는 아마 가장 중요한 스킬 중의 하나가 아닐까? 일단 코칭을 받는 사람의 말을 들어야 무엇인가 시작을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듣기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다른 사람이 말을 하는 동안 자기 중심의 생각을 하며 상대방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일본 이야기라면 나도 여러번 가봐서 잘 알지. 작년 여행은 재미있었어"  "이 사람 대인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나 만큼 설득려 있는 사람도 없을 꺼야" 등등 여러 내면의 목소리에 정신이 팔리기도 하고, 상대방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마나 내가 할말을 준비하고 상대방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던가, 심한 경우에는 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말을 끊고 내가 할 말을 하곤 한다.

듣기는 말하는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화자에게 포커스를 맞춤으로 상대방의 언어로 전달되는 메시지 외에 제스처, 표정, 속도 등으로 전달되는 상대방의 감정과 맥락에의 접근이 가능하게 된다. 화자에게 포커스를 맞춘 듣기에서 코치는 상대방이 인식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게 된다. 그 다음 단계는 대화 환경에 포커스를 맞춘 듣기일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말하는 사람뿐이 아니고 주위의 환경, 소음, 움직임,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주고 받는 에너지를 감지하게 되고, 이때 말하는 사람의 언어와 표정, 제스처, 주위와의 에너지의 교류를 통합한 새로운 느낌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소의 신제품 개발 담당인 C 부장은 다음 주 파리 출장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올해 벌써 다섯 번째 파리 출장이니 한 달에 한번 꼴로 가는 것인데, 처음에는 파리 구경도 하고, 새로운 고객을 만난다는 설렘이 있었지만,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이 정도로 고객과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했으면 수주활동에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할 텐데, 첫 출장 이후 진전이 거의 없는 것 같아서 초초하기 짝이 없다. 매 출장 시 그간 진행된 시험 결과의 정리라던가, 예상되는 고객의 질문에 대해서도 꼼꼼히 자료를 준비해 가고, 회의 내용도 상당히 진지하지만 막상 회의가 끝나면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잘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는 중이다.

항상 동행하는 프로젝트 디렉터인 해외영업의 K 전무는 이따금 “C 부장, 고객이 물어보는 것을 다 대답하지 못해도 좋으니 저쪽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들어 보는 것이 어떤가?” 하는 조언을 하는데 요령부득이다. 일단 우리 실력을 먼저 보여주어야 되는 것 아닌가? 저쪽이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 못하면 실력 없는 업체로 낙인 찍혀서 아예 수주전선에서 탈락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고객에게 접근하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은 뻔한 것 아닌가? C 부장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평소의 반으로 핵심 만 남겨두고 모두 줄여 버리고 이번에는 고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초점을 맞추어 들어 보기로 하였다.

며칠 후 파리에서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시간에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C 부장은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 K전무의 유도로 간단한 질의 응답이 이어지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서먹서먹하고 무겁기 짝이 없다. 이번에 돌아가면 연구소장에게는 또 뭐라고 보고하나…… 마음이 무겁다. 이때 건너편에서 듣고만 있던 고객사의 M 개발부장이 발언을 시작한다. 강력한 불어 악센트 때문에 이해는 어렵지만 과거의 품질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옆의 K전무를 보니 M 부장과 눈을 맞추고 때로는 추임새를 맞추며 열심히 듣고 있다. 저렇게 집중하여 듣는 기분을 어떨까?

C 부장도 집중하여 듣기 시작한다. 얼마가 지났을까 M 부장의 표정, 손짓, 말투에서 어떤 감정과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을 느낀다. M 부장의 말을 들으며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을 느끼기 시작한다. 무엇인가 적고 있는 사람, 노트북을 보는 사람, 창 밖의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 M 부장을 응시하는 사람….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에너지가 되어서 참석자들을 연결해 주고 있었고, 이 때 C 부장은 M 부장의 전하는 감정과 에너지가 분노와 좌절이라는 것을 느낀다. M 부장은 C 부장에게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았을까요?”

“제 생각에는 우선 비전문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발생한 문제, 추정되는 원인, 향후 추진할 대책을 요약해서 경영진, 공장 및 관련자들 사이에 이해 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술적인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그렇지 않으면 간헐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보고서를 써야 해서, 문제해결에 투입될 자원을 많이 빼앗길 것 같습니다.”

그날 밤 K 전무와 C부장은 식당에서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며 오늘 회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C 부장, 조금 전에 내일 추가 안건에 대해서 회의를 하자고 전화가 왔어, 아마 저쪽에서 본론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 같아. 오늘 C 부장이 대답을 잘 한 덕분이지. 오늘 C 부장이 어떤 대답을 한지는 느끼고 있나?”

“네, 그런데 이상하군요. 평소 같으면 그런 질문을 받으면 기술적인 장광설을 늘어 놓았을 텐데, 제게 그때 왜 그런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보니까 C 부장이 그때 M 부장의 말을 정말 경청하고 있던데, 품질문제에 대해 제대로 사내에 홍보하지 못해서 고생하고 있는 M 부장의 감정을 정확히 공감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M 부장이 C 부장을 지혜가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 내일 나는 다른 일정 때문에 귀국해야 하는데 C부장은 내일 회의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지”

“글쎄요, 저쪽에서 안건을 정해준 것도 아니니 호기심을 가지고 임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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