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8. 10:28ㆍ도서
한국의 일인당 명목 국민소득은 약 23,000불이다. 1997년인가 인당국민소득이 만불에 도달했을 때 10년 이내에 2만불을 돌파해야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금융위기로 98년에 인당국민소득이 6천불대로 고꾸라지고 우여곡절 끝에 2007년에 국민소득 2만불을 달성했다. 그 사이에 선진국들의 국민 소득은 3만불에서 4만불대로 올라갔고, 우리와의 격차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우리의 다음 목표일 2만불에서 3만불로 진입하는 기간은 독일과 일본의 경우 약 4 ~ 5년, 이탈리아와 캐나다는 약 15년이 걸렸고, 선진 19개국은 평균은 8.7년이 걸려서 국민소득 2만불에서 3만불대로 진입했다고 한다.
요즘은 명목 국민소득과 함께 구매력평가에 의한 국민소득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계산방식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구매력평가지수에 의한 인당소득은 3만불이 넘고, 보통 3만불이 넘는 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우리 국민의 정서적인 공감대는 명목국민소득 3만불을 달성하여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것일 것이다. 이제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진입한지 6년이 되어 오지만 3% 대의 저조한 경제성장률이 한국경제에 고착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요즘은 복지다, 부동산경기 침제다, 고령화사회 같은 다양한 사회적인 화두로 방향을 잃고 헤메는 것 같이 보여 과연 성장을 계속하여 3만불 시대에 진입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은 앞으로 몇 년 후에 제2의 외환위기를 거쳐서 '한국판 잃어 버린 10년'을 맞이할 것이라는 섬뜩한, 하지만 현실성이 높지만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으려고 하는 시나리오로 시작한다. 제2금융위기의 시발점은 공공부채이다. 한국의 공공부채는 GDP 대비 약 40% 수준으로 이는 OECD 평균인 54% 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복지의 확대로 인한 재정 수요가 급증하고 특히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있는 공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근시안적인 공약을 남발하여 앞으로 몇년동안 공공부채는 눈더미 처럼 불어날 것이다.
일본은 공공부채가 GDP의 100%가 훨씬 넘고, 예산 집행액의 50% 정도를 국채를 발행하여 충당하고 있다. 일본이 우리와 다른 점은 국민들의 저축률이 높아서 국채를 일본 국내에서 대부분 소화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본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단계이다. 한국의 경우 가계 부채율이 높아서 재정부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자금을 해외 부문에서 조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97년 외화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해외의 투기자본 이와 같은 취약성을 이용해서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을 교란시켜 이익을 얻으려고 하거나 우리나라의 재정이나 경제의 이상 증세를 감지하자마자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통제불능의 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한편 한국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재벌기업들의 경우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모든 시장은 경제원리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다 정체상태에 이루고 결국은 소멸한다. 한국업체들은 미래에 대비하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소비자, 연관시장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노력에 비해 그 결과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지금은 스마트폰, 반도체, 자동차의 가격과 성능의 우위에 포커스를 맞추는 전략을 먹혀 들어가고 있지만, 결국은 조만간에 우리보다 경쟁력있는 제조업 기반을 갖추게 되는 중국에게 상당 부분 추월을 당하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한편 국내경제에서 재벌기업의 편중은 더 심화되어 100대 기업의 이익에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의 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7년 19%, 2009년 35%에서 2012년 51%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과 현대기아의 눈부신 실적은 국내의 고용증가와 주변 산업 성장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제품이 성능, 가격 경쟁력, 서비스를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환율 등 통제불능의 변수에 매우 취약하다. 그리고 전혀 듣도 보도 못한 회사가 예상하지 못한 제품이나 생태계를 창조하면 현재의 주력 시장은 신기루 처럼 사라질 것이다.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노키아, 블랙베리의 리서치 인 모션, 소니, 샤프 같은 세계 초일류 기업이 몰락하는데 과연 몇년이나 걸렸는가?
사회적으로는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들이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환경은 척박하기만 하다. 손쉬운 요식업 창업의 성공율이 1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은퇴자의 평균 순금융자산은 약 8천만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50대 중반에 은퇴한다면 앞으로 4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8천만원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고, 결국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중대형 주택을 매각함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만혼,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이들이 시장에 내놓는 중대형 아파트의 수요는 감소할 것이기 때문의 주택가격의 폭락을 야기할 것이고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금융권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한 주택금융의 조정이나 조기 상환을 시도하게 된다. 이는 대출을 갚아야 하거나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일반대중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일으킬 것이다. 한편 초고령화 사회는 가속이 되고 성장동력을 잃은 국내기업은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0, 30대의 신규 노동인력의 흡수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고, 퇴직한 베이비 붐 세대의 퇴직연령의 연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저질의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자신의 저축과 부동산 처분을 통한 노후 자금이 소진되면 결국은 빈곤층으로 전락하여 국가의 사회보장 정책에 노후을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섬뜩한 예고인데, 다른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정치권이 대오각성을 하여 노조와 사회 각계의 이익세력과의 합의를 도출하여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하는 것? 재벌이 자신들의 사회적인 책임을 자각하고 국내투자들 늘이고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서로 경쟁하고 자극하며 상생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하는 것? 국민의식 수준이 몇년 사이에 고취되어 서로 페어 플레이를 하여 지하경제가 없어지고, 허례허식, 스펙추구, 사교육이 사라지고 물질만능의 사회풍조에서 품격을 가진 사람이 존경을 받는 사회가 되는 것?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아무래도 별로 실감나지 않을 것이고, 앞에서 기술한 암울한 모습이 아마도 우리가 가장 쉽게 그릴 수 있는 앞으로의 20년 후의 우리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미래 위기 예측은 의미가 없다는 논리도 있다. 미래학자가 미래의 위기를 예측하면 정부와 대중은 이런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기 때문에 미래의 위기을 예측한 순간 그 예측된 위기는 실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도 요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재원이 확보되지 않은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으니 더 늦기 전에 확실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
섬뜩한 내용이지만 한번 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시나리오를 직시하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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