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ing over California

2012. 7. 15. 17:53여행

 

지난 달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노마 카운티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소노마 카운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5 ~ 60Km 북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나파밸리와 함께 캘리포니아 와인 생산의 중심지 이다. 마침 같이 공부한 미국인 친구가 소노마에서 한 200Km 정도 떨어진 키코라는 곳에 살고 있었는데 우리 모임에 비행기를 타고 오니 하루 전에 만나서 비행기도 같이 타고 와인도 함께 마시자는 아주 귀가 솔깃한 제의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6월 초 약속한 대로 소노마의 한 작은 비행장에서 - 비행장이라기 보다는 한 500m 정도 되는 활주로에 사무실, 관제탑, 비행장 주인이 사는 집이 달랑 있는- 친구를 기다렸다. 그날따라 바람이 불어서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문자를 받기는 했는데 비행기가 이륙한 후에는 문자를 주고 받는 것이 불가능한지 한참 동안 아무 연락이 없다.

약속 시간이 한 30분 정도 지나서 언제 착륙했는지 자그마한 경비행기가 활주로 따라서 나를 향해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오늘 비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 친구가 비행기를 가지고 있고, 비행을 하는 것이 취미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별로 부자가 아닌 그 친구가 어떻게 비행이라는, 아주 돈이 많이 들 것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오늘 실제로 그 친구의 비행기를 보게 되었다. 그 친구가 몰고 온 비행기는 4인승 프로펠러 기였는데 계기판에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하나도 없고 모두 바늘과 눈금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최소 30년 이상 된 비행기가 아닐까? 하지만 내부는 매우 깨끗하고 정비도 일견 잘돼있는 것 같고, 그 친구가 멀쩡히 타고 이곳에 도착했으니 별일은 있겠는가?

비행기의 동체는 아마 한국 골프장 골프카트의 한 3/2 정도? 셋이 타니 내부가 꽉 찬 느낌이 들고 4명이 타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았다. 오늘 코스는 소노마에서 동쪽으로 출발하여 태평양 해변과 샌프란시스코만 금문교 상공을 거쳐 돌아오는 약 한시간 정도의 비행…… 친구간이지만 원리원칙에 입각하여 실시한 약 5분간의 안전 교육을 받으며 다시 한번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미국의 저력을 느꼈다. 우리 같으면 대충하고 빨리 출발하자고 했을 텐데….. 드디어 출발! 그런데 활주로를 달리는 속도가 일반 여객기에 비해서 너무나 느리다. 과연 이렇게 천천히 달려서 이륙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속에 비행기는 활주로 끝까지 다가서야 아슬아슬하게 이륙을 한다. 이륙하고도 힘있게 순항고도에 이르지 못하고 누가 뒤에서 잡아 끄는 것 같이 억지로 억지로 조금씩 올라 가는데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용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순항고도(한 500M 정도?)에 오르니 조금 흔들리기는 하지만 기분은 정말 최고, 캘리포니아의 푸른 산과 호수들, 잘 정비된 포도밭과 농경지들, 드문 드문 나타나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그림같은 자그마한 마을들, 끊임없이 몰려오는 태평양의 파도와 저 아래 조그맣게 보이는 금문고와 샌프란시스코 만의 수많은 요트들…… 정말 다시는 잊지 못할 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비행을 마치고 착륙을 할 때 보니 한참을 돌다 보니 방향 감각을 완전히 상실하여 나는 우리가 다른 비행장에 착륙하는 것으로 철썩 같이 믿고 있었고, 특히 착륙을 시작할 때 우리가 착륙할 활주로를 보니 저 멀리 눈곱만하게 보여 정말 착륙하는 것이 비행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구나 하고 실감하였다. 착륙도 마찬가지로 여객기처럼 시원하게(?) 하지 못하고 바람에 날리듯 기우뚱, 기우뚱 하면서 내려갔는데 착륙해서 보니 바로 우리가 출발했던 그 활주로, 그사이에 나는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했던 것이다.

앞으로 1주일은 이 비행기를 이곳에 두고 가야 하는데 비행장 주인에게 주차료(?)에 대해서 문의하니 뜻밖에도 무료....., 나중에 기름이나 주유하면 고맙겠다는 주인장의 말…….. 완전히 시골 인심이다. 그런데 이렇게 주차료도 연료만 팔아서 이 넓은 비행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튼 미국은 정말 비행의 천국인 것 같다. 친구의 말을 들으니 자기 비행기 같은 수준의 비행기의 가격은 보통 2 ~ 3만불, 한국에서 중형자 가격 수준이며 비행기 면허를 따는데 드는 비용도 한 5천불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고, 도처에 비행학원이 있어서 세계각국에서 비행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온다고 한다.  미국에 다딘지가 벌써 20년이 훨씬 넘었는데 미국이라는 나라를 다 알련면 아직도 한참 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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