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로올터

2012. 3. 18. 10:27여행

지브로올터는 대서양과 지중해가 만나는 곳, 스페인과 모로코가 약 10km 정도 넓이 지브로올터 해협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곳인데  한국에서는 가기가 불편한 곳으로 런던 등에서 비행기 편이 있고 항공편으로 스페인까지 와서 지브로올터로 오는 방법이 있다. 


지브로올터는 영국령인데 원래는 스페인령이었다가, 18세기 초 스페인 왕위 계승전쟁의 결과로 영국이 프랑스의 지원을 받는 스페인 왕위의 계승을 인정하는 대가로 할양 받았다고 한다.  영국의 해외 영토이기는 하지만 정말 손바닥 만한 곳으로 우리나라의 동 2 ~ 3개를 합친 정도의 크기이고 인구는 약 2만명 정도된다고 한다.  하여간 영국 사람들은 대단하다.  홍콩, 싱가포르에 가보아도 느끼는 것이지만,  참 옛날 영국 사람들은 땅 보는 눈이 대단했다는 생각이 들고.  어떻게 그렇게 넓은 시야로 지구 곳곳의 전략적 요충지를 보는 안목이 있으며,  일단 자기 땅이 되면 몇 명 되지도 않은 군대로 수백년 동안 지켜올 수 있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브로올터에서 길목을 확실하게 지킬수 있었던 2차대전의 영국해군은 지중해의 제해권을 장악하여 인도-스에즈운하-영국을 연결하는 전쟁 보급로를 확보할 수 있었고, 당시 아프리카에서 맹활약 중이던 독일의 롬멜장군 휘하 아프리카 군단의 보급로를 차단하여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지금은 미국이 세계 제일의 강국이기는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영국의 정치체제가 가장 성공적이지 않았을까?  17세기부터 정치적 안정을 이룩한 영국은 보수파와 진보파가 번갈아 가면서 집권하여 훌륭한 정치 지도자를 배출하였다.  미국 독립전쟁이라는 시련도 있었지만 수많은 경쟁국을 견제하면서 2차세계대전까지 약 300년을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미국이 앞으로 몇백년 동안 지금 같은 국제적 지위를 누릴 수 있을까?   

지브로올터는 스페인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곳으로 끊임없이 영국에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주민 대부분이 영국계로 스페인 귀속을 반대하고 있다.  영국으로서도 이미 군사적 가치를 상실한 지브로올터를 보유하면서 압력을 받고 또 취약한 현지 재정을 보전하기위해 돈을 쓰는 것 보보다는 돌려 주는 것이 이익이라는 여론이 만만치 않치만 주민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입장이다.   

나는 몇 년 전에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을 여행 중에 차를 몰고 가 보았다.  믿거나 말거나 스페인과 지브로올터 사이에 엄연히 국경선이 존재하고 더욱 우스운 것은 지브로올터를 가려면 일단 스페인 출국수속을 밟아야 한다.  아니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데 극경에 도착하니 무슨 문제가 있는지 차들이 국경에서 줄을 서서 굼벵이 걸움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 20분을 기다리다  스페인 측 국경 검문소에 가니 스페인 경찰이 내 여권을 꼼꼼이 보고, 무슨 일로 가느냐, 언제 돌아오느냐 등등의 쓸데 없는 질문을 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신문을 보니, 지금은 무슨 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스페인과 영국간에 정치적인 마찰이 있어서 그 보복으로 검문을 까다롭게 한다는 것이었다.  유럽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자존심이 강해서 가끔 이웃나라 간 마찰이 일기도 한다.  대부분은 미디어를 통한 풍자와 비난으로 상대를 공격하는데 이렇게 실력행사를 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다.   나는 그때 한 30분 기다렸는데 심한 경우는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복장이 허름한  사람에 내게 와서 무슨 신분증 같은 것을 보여 주면서 자기는 영국 관리로 기다리는 동안 입국 수수료를  미리 받으니 5파운드인가를 내라는 것 입니다. 앞뒤가 전혀 맞지가 않는 이야기라 앞만 응시하고 있으니 멋적은 웃음을 지면서 다음 차로 갔는데,  한국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나에게 이런 엉성한 사기를 치려고 하다니....  유렵에는 이런 조그만 사기꾼이 많지만 수법이 너무 엉성해서 아마도 한국 사람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지브롤터는 재미있는 곳이다. 일단 출국 심사를 받으면 영국령 입국은 무사통과. 바로 국경을 지나면 비행장 인데 국경에서 지브롤터 시내까지는 활주로를 가로 질러서 가는 길이 단 하나 있고, 비행기가 이착륙 할때면 옛날 기차 건널목에서처럼 비행기가 지나갈 떄까지 기다려야 한다.  나도 비행기가 도착한다고 해서 한 10분을 또 기다렸는데 정말 재미있다.   마을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완전히 영국으로 바뀌고,  일단 영어 간판이 너무 친근하고 사람들 생김도 스페인과는 다른 듯 하다.  시내는 해안의 좁은 언덕에 세워져서 공간이 비좁고, 길은 꼬불꼬불, 운전하는 데 약간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운전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나는 곧 적응하고 웬만한 곳에 잠간 잠간 불법주차하는 요령을 금방 터득하여 전혀 불편이 없다.


<국경을 통과한 후 비행장에서 신호대기 중인 차들, 멀리 보이는 것이 지브롤터 암벽으로 정상에서 아프리카의 모로코를 볼 수 있다.> 

지브롤터는 시가지와 암벽지역으로 나뉘어 지는데 시내에 들어가니 마침 파운드도 약세였고,  세금도 낮아, 스페인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쇼핑을 하여서 시내가 매우 혼잡하였다.  며칠 스페인을 여행하다 영국식 펍에서 맥주 한잔 하는 것도 좋은 기분전환이 되는 것 같았다. 지브롤터 암벽의 정상 부근에 유로파 포인트에서는 해협 건너서 모로코의 아틀라스 산맥의 끝 자락을 볼 수 있고, 한 세시간 정도면 차로 한 바퀴 돌고, 군데 군데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특히 내게는 암벽 정상에서 멀리 모로코를 바라보는 보는 경치는 일품이었다. 시내에 호텔이 있다고는 하는데 보나마나 가격이 엄청 비쌀 것이므로 차로 약 40분 거리의 스페인의 알제시라스(Algeciras)라는 항구 도시에서 묵으면 된다.  알제시라스에서는 바다 건너 모로코의 탄지에나 아직도 스페인 영인 세우타로 가는 페리가 있고, 항구에는 많은 여행사가 있어 바다 건너 모로코에 가는 당일 패키지 투어를 착한 가격에 할 수도 있다. 


지브롤터 시내 전경.  관광객들은 영국식 액센트가 반갑다.


지브롤터에서 본 스페인, 사진 중앙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것이 활주로 인데 활주로를 직각으로 가로 지르는 도로가 진입로이고 그 입구에 스페인 측 검문소가 있다.

 


지브롤터는 주위의 스페인과 함께 8세기부터 15세기 까지는 무어(아랍)인의 지배를 받았는데, 무어성의 페허 위에 나부끼는 영국기가 인상적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지브로올터 해협 밖에는 깊은 낭떠러지가 있어 이곳이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고 그때는 지브로올터을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고 불렀는데  이 기념비는 현대에 세운 듯.



지브랄타 암벽 정상에서 바라본 모로코의 아틀라스 산맥 끝자락.  여기까지 왔으니 아프리카 땅은 꼭 밟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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