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24. 15:44ㆍ여행
프라하의 중심가의 과거 게토(유태인 거주 지역) 내에 위치한 구 유태인 묘지는 프라하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에 하나 이다. 나도 호텔에서 추천하는 대로 묘지를 찾아 나섰는데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한 30분 정도는 줄을 선 다음에 표를 살 수 있었다. 입장권을 사면 묘지와 부근에 산재해 있는 시나고그 (유태교회)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기다리면서도 묘지가 어떻게 관광상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가 없었다. 마침내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묘지에 들어 섰을 때 나는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유럽의 묘지라면 보통 대리석이나 사암으로 아름답게 묘석도 세우고, 납골당이나 조그만 채플이 곳곳에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글쎄 조그만 국민학교 운동장 만할까? 다른 곳 보다 조금 성토가 되어 있는 땅 위에 묘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것이다. 설명을 들으니 이 작은 땅에 약 10만 구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는데 체코인으로부터 지속적인 탄압을 받고 있던 유태인들은 게토을 넓힐 수도 없고, 게토 밖에 유태인 시신을 매장하는 것도 금지되어 묘지가 꽉 차면 기존의 묘지에 다시 성토하여 층층이 시신을 매장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죽은 자의 비석은 버릴 수 없으니 제일 위에 세우는 방법으로 이 묘지에는 12단으로 시신이 매장 되어 있다고 한다.
이 묘지가 공식적으로 처음 생긴 것은 15세기 말이니 프라하의 유태인은 수백 년 동안 이런 박해를 받았을 것이다. 프라하는 비교적 사정이 좋았다고 하니 다른 곳에서는 얼마나 더 심한 박해를 받았단 말인가? 그리고 이런 박해 속에서도 수천 년간을 주체성을 잃지 않게 하는 유태교의 힘은 무엇인가? 묘지 부근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시나고그를 구경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서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유태교 의전을 위한 복장이나 의식용 집기들이 정말로 구약성서 적인 것도 인상 깊었다. 다음 날 일을 일찍 끝내고 나치독일 시절 지식인, 예술인 유태인 강제수용소로 악명 높았던 테레지엔슈타트(Theresienstadt - Terezin)에 가려고 했으나 포기하고 만다. 단 이틀 사이에 감당하기에는 유태인들의 비극이 주는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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