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20. 16:06ㆍ여행
두바이는 중동 걸프만, 요즘 미국과 이란간의 대치관계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호르므즈 해협 인근에 위치하는 아랍토후국연방(United Arab Emirates)에 속하는 토후국이다. 아부다비가 맹주인 아랍토후국은 영국의 보호를 받고 있던 부근의 7개 부족의 족장들이 연합하여 세운 나라로 1971년 영국으로부터 정식으로 독립하였다. 중동에는 많은 토후국이 있었는데 대부분 20세기 전,중반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정복되었고, 전략의 요충지로 영국이 보호를 받고 있던 걸프 연안의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아부다비, 두바이 등의 토후국들 정도가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들 중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을 든다면 부동산 개발과 금융산업으로 유명한 두바이, 그리고 이제 세계적인 미디어로 발전한 알 자지라 방송의 거점이며 작년 중동 민주화 운동의 주요 지원 세력인 카타르 정도가 아닐까?
지난 주 30여 년 만에 두바이를 다시 찾았다. 현지의 파트너의 일정이 계속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때를 놓쳐서 우왕좌왕하다 간신히 중국 광쩌우를 경유하여 두바이로 가는 중국 남방항공편을 잡을 수 있었다. 남방항공? 과거에 중국에 다닐 때 많이 이용하기는 했는데 특별히 좋은 기억은 없고 시끄럽고 어수선하다는 기억만 있는 항공사이다. 이번에는 두 구간 합해서 12시간은 타야 하는데 시끄러우면 어떻게 하나는 걱정이 들기는 했는데, 일단 항공료가 싸고 다른 비행기가 없으니 죽었습니다 하고 가기로 한다. 막상 비행기를 타고 보니 중국인, 중앙아시아인,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 그밖에 도저히 어느 나라 출신인지 짐작이 불가능한 승객들로 초만원인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중국항공에 가졌던 이유없는 부정적인 인식에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자정이 넘어서 큰 불편 없이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은 생각보다는 낡았고, 인천 공항에 비하면 어딘가 엉성한 느낌이 드는데 나중이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내린 터미널은 오래된 건물이고 에미레이트항공 전용 터미널은 아주 현대적이고 호화롭다고 하는데 확인할 수는 없는 일……. 입국장인듯한 곳에 와보니 도처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데 일단 가장 짧아 보이는 줄에 선다. 그런데 2~3분 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줄 앞쪽의 팻말은 보니 “Visa Collection”이라고 되어 있다. 비자수령? 한국 사람은 비자가 필요가 없는데………… 혹시 장기체류 근로자의 재입국시 필요한 비자를 발급하는 곳이 아닐까? 마침 부근에 있던 아리따운 인도계 여순경에게 물어보니 2층으로 올라가란다. 두바이는 인구가 전체 약 550만 그중 인도계가 약 50%를 차지하고 시민권을 가진 아랍인은 약 17%에 불과하니, 대충 나라의 운영은 인도사람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약간의 지체 끝에 무사히 공항을 빠져 나와 택시를 잡아 호텔로 향한다. 호텔로 가는 택시의 기사도 역시 인도 혹은 파키스탄계, 아, 그 친구 피곤한데 어찌나 말이 많던지……..
다음 날은 저녁에 일정이 시작되므로 현지의 파트너가 빌려준 도요다 랜드크루저를 타고 관광 겸 탐사에 나서기로 한다. 한 8 ~ 9 년 된 차라서 네이게이션은 없지만 깨끗하다. 일단 호텔부근의 부르즈 알 아랍호텔을 구경가기로 한다. 중동에서의 운전의 편리한 점은 길이 별로 많지 않아서 길을 잃는다고 해도 헤맬 염려가 별로 없다는 점. 어렵지 않게 찾아 갔는데 생각보다 높지 않다. 안내원에게 설명을 들으니 60층짜리 건물로 높이는 약 320M 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이 호텔을 두바이 신시가지에 있는 부르즈 알 칼리파 (약 830M)와 혼동하고 있다고 한다. 걸프만을 왕래하던 아랍식 범선 다우(Dhow)의 돛을 본떠서 만든 건물이라고 하는데 산뜻한 외양이 푸른 하늘과 인근의 바다와 잘 어울려 가슴이 탁 트인 느낌을 준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부근의 팜 아일랜드로 향한다. 이곳은 바다를 매립하여 조성한 야자수 모양의 인공 섬으로 고급 빌라가 들어서 있는 곳. 차를 몰고 다니니 섬 전체의 모양은 볼 수 없지만 미국 플로리다나 남캘리포니아의 고급 주택가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한 한달쯤 놀다가면 얼마나 좋을까?
며칠 후 일을 끝내고 이번에는 두바이 구시가 탐방에 나선다. 친구가 강력하게 추천하여 간 곳은 두바이 박물관. 사막의 유목민들이 살던 곳에 무슨 큰 볼거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도 상으로는 볼 때 왕궁, 민속촌 등 부근에 볼 것이 많은 것 같고, 주차 할 거점은 하나 있어야 하므로 길을 나선다. 이곳은 알 파히디라는 요새를 그대로 살려 박물관으로 이용하는 것인데 18세기 아랍 성채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아름답다. 내부의 전시품도 유목민의 살림살이, 배의 모형, 무기, 매 사냥, 가옥구조 등을 전시 혹은 재현한 것인데 그 구성이 꼼꼼하고 설명도 친절하여 재미있다. 그 나라 국립박물관의 전시 상태를 보면 정부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불과 몇 십 년 만에 가난한 어촌에서 산유국으로, 산유국에서 오늘날 금융과 통상의 중심지로 발전한 두바이 정부의 실력을 보는 것 같아서 즐겁다. 발길을 돌려 이번에는 두바이 크리크를 관통하는 해저 터널을 타고 데이라 지역으로 향한다.
데이라 지역은 두바이 구시가지로 골드수크(Gold Souk), 스파이스수크(Spice Souk) 등 재래 시장이 밀집해 있는 곳. 우리나라 동대문이나 남대문 시장처럼 관광객의 혼을 쏙 빼놓지는 않지만 각종 귀금속, 견과류, 향신료를 가득 가득 쌓아 놓고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보니 왠지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금시장이라고 하던가? 오늘 유난히 러시아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며칠 전 부르즈 알 아랍이나 팜 아일랜드에서도 러시아 관광객을 많이 보았는데 두바이가 러시아 신흥상류층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모양이다. 이곳에서 보니 러시아 사람들 표정이 조금 덜 비극적이라고 할까? 보통 어디서 따귀 한대 맏고 온듯한 얼굴을 하고 다니는 러시아 사람들이 이곳에서는 서로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한다. 이렇게 환경이 바뀌면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에서는 그렇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 다닐까?
이번에는 해저 보도를 통하여 다시 두바리 크리크를 건넌다; 한참 걸으니 다라가 아프다. 주위의 두바이 크리크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노천 카페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잠시 숨을 돌린다. 아랍,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태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중앙아시아, 몽골, 북미, 남미, 북유럽, 남유럽, 동유럽 등등 온갖 종류의 인종들이 저마다 템포로 길을 간다. 두바이에서의 나름대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부르즈 알 아랍 부근에서
팜 아일랜드 끝의 호텔 아틀란티스
에미레이트 몰의 실내 스키장...... 아이들 정말 좋아하더군요.
두바이 박물관 경내
베두인 족 텐트 내부 모습 - 두바이 박물관
두바이 박물관 외부
두바이 크리크 주변
골드수크
두바이 신시가지
Co-Active Workshop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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