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 Steve Jobs by Walter Isaacson

2013. 5. 27. 07:15도서


2003년에 나는 업무상 정기적으로 장거리 운전을 해서 지방 출장을 가곤 했는데 어떻게 하면 운전하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궁리를 하게 되었다. 때마침 인터넷으로 심리학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두 딸로부터 MP3 플레이어가 있으면 강의 내용을 저장하여 운전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서 애플 아이팟을 주문하게 되었다.  며칠 후 물건이 도착하고 포장을 뜯으면서 아! 이 제품은 다른 회사의 제품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보통 전자제품의 포장은 제품의 안전한 운반과 보관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애플 제품은 그 포장 자체부터 무엇인가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 같았고, 포장을 풀면서 벌써 내가 애플사의 팬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품도 이전의 아이리버의 벽돌 모양에서 아주 납작하고 날렵함을 물론 가운데 터치다이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게한 것은 정말 내가 보기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그후로부터 나는 애플의 팬이 되어서 다음 세대의 아이팟, 아이패드 그리고 애플 노트북을 구입하게 되었다. 특히 애플 맥북은 한국에서는 인터넷 상거래, 금융거래가 거의 불가능하여, 기존의 윈도우 기반의 컴퓨터를 같이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구입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애풀의 매력에 이끌려 덜컥 질러 버려서 지금은 삼성노트북과 애플 맥북을 함쎄 사용하는 비합리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애플의 매력은 소비자를 깜짝 놀라게하고 소비자의 기대치를 훨씬 초과하는 제품을 계속적으로 개발하는 능력일 것이다. 처음 아이팟을 받았을 때 내가 받은 느낌은 "아! 이 제품은 살짝 미친 사람들이 개발한 것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내가 본 아이팟은 당시 경쟁사 제품과 전혀 비교를 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디자인이고, 경쟁사 제품보다 조금 좋게 만든다는 제조업의 상식을 띄어 넘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관련자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야 했을까?


월터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쓰기 위해서 약 40회의 인터뷰를 했고 스티브 잡스는 아이작슨에게 전기의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과 함께 그의 기행도 함께 부각된다.  오히려 나의 눈에는 그의 괴팍스러움과 자신의 믿음과 신념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자신감이 썩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겸손하고 사람을 배려하는 천재는 정말 존재할 수 없는 동물인가?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이미 미디어를 통해서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그는 자신의 전기에 자신의 참 모습이 묘사되기를 바랐던 것 같은데, 왜 자신을 미화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사무실에서 스티브 잡스는 부하들을 돌아 버리게 만드는 까다로운 상사였다. 그리고 그는 오만한 제품 기획자로 시장조사같은 것은 아예 믿지도 않고, 소비자는 그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는 존재이고 애플같은 천재적인 회사가 시장의 트렌드를 창조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직원들은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것을 개선하는 것으로는 스티브 잡스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하는 것은 아예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자신의 궤변(?)으로 부하들이 보기에는 말도 되지 않는 목표를 추구하도록 우겼고, 부하들은 이것을 스티브 잡스의 "Reality Distortion Field - 현실 왜곡의 장"이라는 농담으로 쿨하게 받아드렸다.  하지만 며칠 밤낮을 고민해서 가지고 간 아이디어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인간적인 모욕을 서슴치 않게 하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상사에게 시달리는 부하들은 그 당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고통을 애플의 신제품 출시 때마다 열광하는 소비자의 반응, 높은 급여와 스톡 옵션같은 것이 보상해 줄 수 있을까?  아마 그것은 개인의 선택일 것이다.


그는 그 천재성을 발휘하여 인류에 큰 업적을 선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간적인 실수를 저질렀던 사람이다.  사람은 중년을 지나면서 인생을 성찰하고 관조하는 능력이 향상된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특히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과거에 자신이 타인에게 했던, 특히 출세하면서 부하들에게 했던 실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괴로워 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감추며 고통스러워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악행(?)을 공개하고 그것을 보상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가 제때 췌장암을 치료하고 살아 남았다면,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과연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그는 채식주의자이고 인도 철학의 강력한 신봉자였다.  2003년 췌장암 선고를 받고는 상당히 오랜 동안 서양의학의 치료를 거부하고 채식과 특별한 다이어트로 자신의 암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이 결국은 그의 죽음을 앞당겼는데, 죽음을 눈앞에 둔 그는 자신의 삶,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을 미화하는 것 보다는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알아 주기를 원했던 것 같다.


누군가의 전기에 있어서 중요한 성공 요인 두가지는 주인공이 흥미로운 사람이어야 하고, 글이 재미있어야 하는데 이 두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