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3: Uncovering the New World Columbus Created

2013. 3. 29. 15:56도서

1545년 목동인 디에고 후알파는 오늘날의 페루 북부 안데스 산맥의 한 언덕에서 잃어버린 라마를 찾다가 무엇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놀랍게도 땅속에 파묻혀 있는 길이 400m, 폭 4m, 깊이 400m의 은광석의 끝 부분이었다.  이후 스페인은 북쪽의 멕시코에서도 대규모의 은광을 발견하고 수은을 이용해서 은을 제련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당시 전 세계 은의 80%을 생산하게 되었다. 그 많은 은은 어디로 갔을까?  놀랍게도 대부분의 은은 중국에서 소비되었다.  페루와 멕시코에서 생산된 은의 대부분은 태평양을 건너 당시 스페인이 진출하여 무역항을 확보하고 있었던 필리핀으로 수출되었으며, 이곳에서 푸젠성에서 비단, 도자기, 차등을 싣고 온 중국 상인들과 물물교환이 이루어 졌던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왜 이렇게 많은 은이 필요했을까?


중국은 고대로부터 상업이 발달하여 활발한 상거래가 성행한 나라이다. 반면에 지하자원, 특히 귀금속의 매장량이 보잘것 없어서 일찍부터 청동이나 구리를 원료로 한 주화가 발달하였고, 급기야 13세기 송나라 시대에는 지폐를 고안하여 유통시키기도 하였다. 이 화페 시스템은 오랫동안 잘 유지되었지만, 원나라 말기외 명나라 초기에 재정이 문란해지면서 세수가 감소하면서 정부에서 화폐를 마구 발행하여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져서 당시의 상인들은 정부의 화폐를 믿지 못하고 상거래에서 금이나 은을 지불수단으로 요구하기 시작하였는데, 마침 역사의 아이러니로 스페인인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대규모의 은광이 발견되고, 컬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고조된 당시 유럽 귀족들의 동양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비단, 도자기, 차, 향료의 수요가 급증하여 중국과 유럽의 이해가 딱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재미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 직전 명종, 선조 시절, 정부의 힘이 미약해져서 곳곳에서 산적들이 발호하고, 지방에서는 탐관오리의 가렴주구로 일반 서민들의 삶이 극도로 피폐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정에서는 대신들이 당파싸움을 일삼고 있을 때, 지금으로 따지면 비행기로 두세 시간 거리에서 인류 첫번째의 글로발리제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까맣고 모르고 있었다니 말이다.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비슷한 상황이 사회일각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저녁 TV의 뉴스에 주로 등장하는 주제는 위장전입, 차명계좌, 병역기피, 탈세, 종북세력, 진보와 보수, 부정 식품과 범죄,  명색이 세계 8위의 수출대국이고 지금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수출로 근근히 현상 유지하고 있는 나라의 해외동향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학자인 찰스 만은 그의 저서 '1493: Uncovering the New World Columbus Created' 에서 컬럼버스이 신대륙 발견의 경제적인 충격과 그 여파에 대해서 재미있게 기술하고 있다.  컬범버스 신대륙 발견 직후의 유럽과 남미와의 교역, 16세기 이후의 태평양을 매개로 한 중국, 일본 등 아시와와 신대륙과의 교역, 신대륙이 자원이 유럽에 미친 지정학적인 영향, 노예제도 같은 중요한 역사적, 경제적인 사실은 풍부한 자료와 에피소드로 재미 있게 기술하고 있다.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 노예제도가 아직까지도 현대 브라질의 사회적 부조리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은 독자로 하여금 현대의 많은 문제들은 그 근본 뿌리를 이해하지 않고는 해결이 어렵다는 교훈을 준다.


브라질은 19세기 초에 포르투갈로 부터 독립을 했지만, 독립 이후에도 포르투갈 출신의 토착 지주들이 지배계급을 형성하고 있어서 노예제도는 계속 시행되고 있었다.  그중의 일부 노예들은 탈출하여서 내륙의 밀림으로 도망하였고, 자신들만의 마을을 형성하여 살기 시작하였다.  도주 노예들의 정착촌은 지주와 정부군이 토벌하여 폐쇄하기도 하였지만 그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노예들은 더 깊은 밀림으로 이동하여 거주하여 모든 정착촌을 토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여 오지의 정착촌은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백 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서 밀림이 점차 개발이 되면서 노예들의 정착촌은 도시 주변의 빈민가가 되거나, 때로는 지역 개발로 인해 철거 대상이 되었는데, 문제는 이 정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토지와 기타 재산에 대한 법적인 근거나 전혀 없어서 백 여년 이상 거주한 주민들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퇴거 당할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에서 Yes24나 교보문고에 찾아 보아도 아직 번역판이 나오지 않았는데, 2011년 미국에서 발간되었으니 조금 더 있어야 번역본이 나올 것인지, 한국에서는 이런 책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번역해 보아야 팔리지 않기 때문에 번역을 하지 않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이 책 정말 재미있는 책인데 누군가 뜻 있는 분이 번역을 해서 한국에서도 나라 밖에 관심을 가지는 분이 늘어나는데 기여하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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