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ked Ape
몇 년 전에 우연히 미국의 심리학자인 David Martin 이라는 교수의 강의 파일을 입수해서 틈틈이 운전 중에 들은
적이 있는데 남녀 관계를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풀어서 설명한 재미있는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강의 내용은 Desmond Morris 라는 학자가 쓴 'The Naked Ape"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해서 소개한 것인데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기는 한데 일부 학자들로 부터는 정확한 근거 없이 추론에 의한 내용이 많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하는 책이라고 합니다.
인류가 원숭이로부터 갈라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약 5백만년 전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 지구의 대부분의 지역은 울창한 숲으로 뒤 덮여 있었고 원숭이들은 숲에서 일정한 거주 지역이 없이 나무의 열매를 따먹다가 한 곳에서 식량이 고갈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구 기상의 변화로 숲이 점점 사라지고 초원지대가 생기면서 초원지대에 살게 된 원숭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생존의 도전에 직면합니다. 이 원숭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려면 변화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만만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초원지대의 경쟁자인 초식동물은 이미 오랜 세월의 진화를 거쳐서 풀을 되새겨 소화하여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는 소화기관을 갖게 되었고, 또 다른 경쟁상대인 육식동물은 강력한 턱과 치아, 한 순간에 먹이를 제압할 수 있는 스피드와 파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초원으로 나온 인류의 조상들은 경쟁상대가 갖지 못한 강점을 가질 필요가 있었고, 이 같은 형질을 많이 가진 개체들 만이 후손을 퍼트려 번성할 수가 있었을 것 입니다. 첫 번째 특징은 직립 보행입니다. 직립보행을 함으로써 인류의 조상은 먼 곳을 볼 수 있게 되어서 공격자나 먹이 감을 미리 감지, 위험을 피하거나 사냥을 할 수 있었을 것 입니다. 또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하는 관계로 순간적인 스피드는 다른 동물보다 떨어지지만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서 부상을 입은 먹이 감을 오랫동안 추격하여 잡을 수가 있었읍니다. 또 손으로 도구의 사용이 가능하고, 털이 없어져서 위생이 개선되고, 더위에 대한 적응력이 생기고, 보다 큰 성적인 쾌락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들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들은 시작하면 길어지므로 다음에 소개 합니다.
인류가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학습능력이 있기 때문 입니다. 갓 태어났을 때의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방어능력은커녕 독자적인 생존 능력이 없습니다. 일부 포유류도 비슷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인간처럼 15년 정도는 되어야 완전히 성장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아프리카 초원의 얼룩말, 영양류들은 태어나자 마자 어미와 같은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종류의 상어는 어미의 자궁 속에서 부화한 직후에 이미 생존 능력이 있으며, 아직 부화하지 않은 형제들을 먹어 치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이렇게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육체적인 성장과 함께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며 부모와 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면서, 주변의 환경을 지배하고 배운 것을 응용하고 후세에 남겨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 것 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오랜 인류의 진화기간 동안 사람이 다른 동물에서 볼 수 없는 강점, 즉 상부 상조 한다는 것, 창의력과 상상력이 있는 것, 절제를 할 수 있다는 형질을 많이 가진 종족들이 살아남아서 오늘날과 같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러므로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약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녀들을 잘 보살피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원시시대에는 최소한 3 ~ 4년은 수유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그외에도 자식들을 양육해야하는 여러가지 일을 해야했으므로 수렵과 채집 등 삶을 계속하기 위한 자원확보의 활동에 아무래도 여러가지 제약이 있었을 것 입니다. 그래서 가족관계가 형성이 되었을 것이고 여자는 자녀 양육과 집안일, 남자는 외부에서 생존자원 확보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 졌을 것 입니다. 여기서 Sex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연계에서 인간은 가장 Sex에 민감한 동물일 것 입니다. 다른 모든 동물들은 번식기만 발정을 하여 암수가 성관계를 하는, 즉 Sex가 자손번식을 위한 수단인데 반하여, 인간은 발정기에 관계없이 언제나 욕구에 의해서 Sex가 가능한 유일한 동물 입니다. 이것이 원시시대에는 남성이 자원을 확보한 후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중요한 동기였을 것 입니다.
후손의 번식에 있어서 당사자가 투자하는 노력도 남녀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 입니다. 우선 여자 입장에서 보면 성관계 후 어려운 임신기간과 출산의 고통, 그 이후에 따르는 최소한 10년의 자기 희생을 곰곰이 생각해 볼 때 이것은 엄청난 투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반면에 남자의 경우 몇분 간의 노력(?)과 한 스푼 정도의 정액이 투자의 전부이니 성관계에 있어서 남녀간의 인식 차가 많은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투자를 많이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배우자를 고르는 것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배우자를 잘못 골라서 자식을 낳은 후 제대로 생존을 위한 자원을 공급받지 못한다면 여성에게는 엄청난 희생일 것 입니다. 따라서 건강하고 생활능력과 경제력이 있는 남성을 고를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같습니다.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자원이 귀했던 원시시대에 자기가 밖에서 열심히 일해서 부양하는 아이가 자기의 아이가 아닌 것처럼 분하고 끔찍한 일은 없을 것 입니다. 남성에게는 생식력이 강한(다시 말하면 아름다운 - 아름다운 것과 생식력이 강한 것과의 관계는 다음에 설명하겠읍니다) 여성과 바람을 피우지 않는 여성이 선택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아닐수 없읍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여성은 사방에서 유혹이 있게 마련이니 남성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요즈음도 아이를 낳으면 장모를 위시한 처갓집 식구들이 아이가 아빠와 꼭 닮았다는 공치사를 하는 이유가 이렇게 원시시대부터 가지고 있던 남성의 오래된 불안감을 달래려는 무의식적인 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 전 미국의 통계를 보니 약 10% 정도의 신생아들이 법적인 부친의 아이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원시시대에는 더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통계를 보니 남편들은 아내가 다른 남자를 정신적으로 깊이 사랑하는 것 보다, 진실한 사랑은 없더라도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에 더 분노를 느낀다고 합니다. 이것도 아내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자식을 부양할 수도 있다는 무의식적인 불안감의 표출이라고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니 오늘날 남녀관계라던가 결혼에 대해서 생각이 조금 바뀌는 것 같습니다. 제 큰딸이 올해 드디어 기나긴 공부를 마쳤고 이제 혼인 적령기에 들어가는 나이라 자주 딸의 결혼 상대자에 대해서 아내와 이야기 하곤 합니다. 물론 아내는 상대방 집안, 학벌(곧 경제적인 능력) 등등을 우선적으로 보고, 저는 사람 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할 때는 아내와 저와는 상당히 큰 입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저와 아내 모두 생각의 동기는 곧 미래의 사위감이 제 딸에게 얼마나 많은 물질적, 심리적인 자원을 제공할 수 있냐는 것 이군요. 물론 제 딸은 앞으로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자기 앞 가림 정도는 충문히 할 수 있다고 믿지만 본능적으로 무의식에서 형성되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가 없군요.
원시시대가 우리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