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피추 - Machu Picchu, Peru
마추피추,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곳. 여행계획을 세우려고 구글에서 찾아보니 결코 가기가 쉬운 곳은 아니다.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에서 8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자동차 도로가 없어 걸어가거나 기차로 가는 수 밖에 없다. 걷는 코스는 하루부터 닷새 짜리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개별여행은 금지되어 있고 페루정부에서 운영하는 도보여행 프로그램에 가입해야한다. 상당히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도보여행에 참가한다고한다. 이번에는 아내와 딸이 동행하므로 그림의 떡.
기차로 가는 방법은 개별적으로 가는 것과 쿠스코에서 당일치기 패키지 투어가 있다. 인터넷에서 보니까 마추피추의 진정한 매력은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조용한 시간에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새벽에 가거나 쿠스코에서 온 관광객들이 돌아간 오후 늦은 시간에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 그러려면 마추피추 입구의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라는 마을에서 하루나 이틀을 자야한다. 마을의 사진을 보니 옛날 우리나라 탄광촌 같이 어수선한 분위기, 마을에 대한 관광객들의 평도 썩 좋지않아 결국은 최고의 경험은 포기하고 쉬운 길을 택한다. 나중에 마추피추에서 내려와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거기서 점심 식사를 했는데 역시 생각했던대로 관광객 메뉴가 대부분이다.
패키지 투어 가격이 만만치 않다. 마추피추 입장료는 유럽의 아주 유명한 관광지 수준이고 기차 요금이 거리 기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한다. 쿠스코에서 마추피추까지 소요시간은 무려 4 시간. 기차 내부는 꽤 쾌적하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가는 도중의 안데스 산맥의 눈덮힌 준령과 봉우리, 계곡를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새벽 5시에 호텔을 나와서 10시가 넘어서야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 그룹은 약 30명, 브라질 관광객이 한 반 정도 되고, 나머지는 세계 각국의 미니 인종 전시장. 이곳에서 다시 스페인어 그룹과 영어 그룹으로 나누어지는데 영어 그룹은 우리 포함 약 7 ~ 8명, 단촐해서 좋기는 하지만 그렇게 넓지 않은 경내에 이렇게 많은 그룹이 함께 움직이니 차분한 마음으로 마추피추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구경하기는 틀린 것 같다.
매표소에서 한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다가 한 모퉁이를 돌면 그 유명한, 사진에서 수없이 보았던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처음 느낀 감정은 실망. 이렇게 힘들게, 힘들게 먼 길을 왔는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동안 보아왔던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또 마추피추 전경이 보이는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내 차례를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첫 만남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마추피추는 대단한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곳의 고도는 약 2,400m, 두개의 봉우리 사이에 말안장처럼 도시가 들어섰고 두 봉우리는 다시 한 400 ~ 500m 정도 더 높은 산봉우리로 둘러싸여 있다. 외부와의 통로는 뒤쪽의 험준한 능선을 통해야하며 다른 쪽은 가파른 경사의 언덕으로 사람은 도저히 접근이 불가능하다.
절벽 아래 내려다 보이는 강은 마추피추에서 한 1,000m는 되어보인다. 왜 이렇게 길도 없는 험준한 곳에 도시를 세울 생각을 했을까? 마추피추에 관한 수수께끼가 이제는 많이 풀려서 15세기 잉카왕이 건설한 도시이며 스페인 정복 후인 16세기 후반에 전염병이 창궐하여 도시가 버려졌고,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 도시에 대해서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20세기 초 미국의 고고학자 하이럼 빙엄에 의해서 발견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원래 왕의 휴양지로 시작했다가 점점 확장되어서 1,000 명 이상이 거주했고 도시는 상층부는 신전 지역, 하부는 거주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경내의 석조 건축물 외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처에 있는 계단식 경작지와 사방으로 연결된 수로. 이곳은 열대우림 지역이어서 우기에는 비가 많이 오는 한편 부근 산에 지하수도 풍부해서 농경에 필요한 물은 부족하지 않았고 필요한 식량은 자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를 안내하는 인디오 가이드는 정말 열심히 설명한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들었는데 태양의 신전, 달의 신전, 독수리 신전 등등 비슷한 내용을 두시간 가량 설명하는데 예의 상 이따금 맞장구도 쳐주어야 하고, 질문도 해주어야 한다. 며칠 전 리마의 샌프란시스코 수도원의 안내를 해 준 가이드는 영어가 너무 서툴러서 속으로 왕창 짜증을 냈는데, 가이드라는 직업은 쉬운 직업은 아닌 것 같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등 마는등 주변의 산과 절벽 아래의 강 그리고 짙푸른 하늘과 드믄드믄 떠있는 구름을 들러본다. 내 주위는 지금 어수선하다. 하지만 이런 어수선함은 웅장하고 고요한 주변 경관에 비하면 큰 호수의 떨어진 물방울 같이 사소하다. 웅장한 산, 짙푸른 하늘, 묵묵히 서있는 신전이 함께 어우러져서 무엇인가 설명할 수 없는 커다란 에너지의 장을 창조하는 것 같다. 새벽이나 인적이 드믄 오후 늦게 오면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마추피추의 에너지를 느낀다고 하는데 이게 그 느낌인가?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마추피추와 주변의 풍경이 자꾸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리고 며칠 후의 칠레 산티아고에서도 마추피추에서 느꼈던 그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자꾸 생각난다.
아마 마추피추에 살기로 했던 잉카인들도 이런 에너지에 이끌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우연히 마추피추를 발견했고 그곳에 잠시 머물면서 그 신비한 에너지를 느꼈고 그후 그들이 살던 곳으로 돌아갔지만 자꾸 그 알 수 없는 에너지가 그들을 불렀고 결국 그들은 그 부름에 이끌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상식적으로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이곳에 도시를 세운 것은아닐까?
입구에서 본 마추피추 전경. 하루 2,50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신전 지역의 목욕탕
입구 반대편에서 본 전경과 계단식 농업지역
태양 신전의 전망대
마추피추 주신전의 내부
주 광장의 세개의 창의 신전
잉카인들이 신의 상징이라고 숭배하는 콘도르를 상징하는 조형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