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애사심, 나의 가치를 높이는 첫걸음

Algeruz 2015. 8. 25. 11:15
  2013년 07월호
잦은 이직, 능력 있어도 헤드헌팅에선 제외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직장인의 머릿속에 당연하게 자리 잡고 있을 때만 해도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또는 선배들은 평생 한 직장과 생사고락을 함께했었다. 회사에 몸바쳐 일하는 것이 곧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겪으면서 기업마다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연봉제를 도입함으로써 직장인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직장으로 이직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평생직장’은 어느덧 옛날얘기가 돼 버린 것이다.
  요즘 직장인에게 직장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부분’이라는 개념이다.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더 성장하기 위한 과정으로 여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의 이직 목적은 연봉 외에도 하고 싶은 일, 현재보다 좋은 복리후생과 기업문화, 시간적 여유 등 이유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컨설턴트로서 직장인의 직업의식 변화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순환적인 흐름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곳으로 여겨 너무 가벼운 태도를 보이는 직장인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받은 만큼 일한다는 생각은 기업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정적인 생각은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다른 구성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 D기업의 대형 프로젝트 팀장으로 추천하기 위해 만난 A씨. 40대 초반 서글서글한 인상의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경력을 지녔고 업계의 평판도 괜찮아 후보자로 적합했다. 헌데 이전 직장의 퇴사 이유에 대해 묻자 “구조조정 당했다”는 뜻밖의 답변을 했다. 그가 팀장으로 재직하던 회사에 새로운 부서장이 오면서 돌연 구조조정 1순위가 됐던 것이다. 항상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하던 그였기에 상실감과 배신감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뼈아픈 구조조정은 그에게 전화위복이 됐다. D기업은 A씨의 업무역량을 높게 평가했고 바로 일해 주기를 원했다. 지금 A씨는 D기업에서 역량과 열정 모두를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지만 구조조정 당한 A씨의 현실은 애사심을 갖고 일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 법도 하다. 하지만 그때 자신의 자리에서 열정적으로 일하지 않았다면 A씨의 사내외 평판이 좋았을 리 없고 새로운 직장으로 옮길 기회는 영영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와 반대로 엘리트코스를 밟고 이전 기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다 하더라도 이직이 너무 잦으면 추천 대상에서 제외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필자가 만나본 B씨는 본인이 엘리트임을 내세우며 회사를 가볍게 바꾸는 후보자였다. 주어진 업무가 과중할 경우 ‘내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팀원과의 마찰이 생기면 ‘이 조직은 내가 바라던 조직이 아니야’라고 판단해 쉽게 쉽게 이직했다고 했다. 두세 번 정도는 좋은 이직의 기회가 수월하게 주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에게 남은 것은 여러 차례의 이직 경력밖에 없었다. 
  이직 횟수가 지나치게 많은 이력서는 일단 제외하는 게 헤드헌터들의 불문율이다. 헤드헌팅을 통해 인재를 채용하려는 기업들이 역량 못지않게 인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잦은 이직 경력을 가진 사람은 팀원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짐작하게 마련이다. 이전 직장의 동료·상사 등을 통해 이뤄지는 평판조회가 이직 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절차가 된 것도 그래서다. 
  만약 B씨가 이전 직장에서 애사심을 갖고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했더라면 지금의 그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모든 기업에서 모셔가기를 원하는 진정한 인재가 됐을 것이다. 이는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사항이다. 이직 준비를 위한 애사심이 아니라 진정한 애사심이 발휘돼야 한다.
  요즘 화두가 되는 역량 중 하나가 ‘위기관리 능력’이다. 위기관리 능력은 책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노력을 해봐야만 길러진다. 그리고 회사를 사랑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인 애사심이 있어야만 개발할 수 있다. 경영자가 원하는 인재의 첫 번째 조건인 ‘나처럼 일해 줄 수 있는 인재’도 애사심이 기본이다. 
  기업도 직원의 애사심을 북돋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직원의 희생을 강조하기에 앞서 각종 복리후생 제도를 튼실하게 마련하고 항시 따뜻한 격려로 대해야 한다. 이러한 대우를 받은 직원들은 회사를 성장시켜 나가는 기반이 된다. 이상적인 그림으로 보이지만 현재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실천한 과정이다.
  이와 같은 기업의 직원은 회사가 어려울 때 강력한 애사심을 발휘한다. 얼마 전 대기업 과장 자리로 추천하기 위해 C씨에게 연락을 했다. C씨는 필자의 스카우트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회사에 위기가 닥쳐 동료들이 연봉을 자진 삭감하고 똘똘 뭉쳐 극복하고 있어서 자신만 빠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추천하려던 자리에 꼭 필요한 인재였지만 결국 설득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러한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했다. 그 회사는 분명 다시 일어설 것이고 C씨도 더 성장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
  어느 조직이든 고비가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이직을 선택하는 직원이 있는 회사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개인으로서도 애사심을 갖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본분을 다하면 더 좋은 조건의 이직 기회가 분명히 찾아온다. 때로는 회사를 위한 인내와 헌신이 미련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중에 가면 인내가 곧 나의 능력이 되고 회사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법이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이사 
<저작권자(C)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월간 마이더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