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360º 진단

Algeruz 2015. 2. 11. 10:43

360º  진단은 주로 임원이나 팀장의 개발을 위해서 많이 사용한다.  필자의 코치로서의 일 중의 상당 부분이 회사에서 실시한 360º 진단 결과를 당사자들과 함께 해석하고 행동개선 테마를 잡는 것이다.  상당수의 고객들이 진단 결과가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상당히 달라서 충격을 받거나 부하들에 대해서 섭섭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도 현실이다.


필자도 현역 시절에 다면평가를 여러번 받았는데 모든 경우에서 자기평가(내가 자신에게 한 평가)의 점수가 타인 평가(부하, 동료, 상사의 나에 대한 평가)보다 높았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나는 내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유능하다고 평가하는 것인데, 타인들이 나를 멋있는 간부로 보지 않는 것이 조금 섭섭하게 생각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내 부하들의 경우에도 인사고과나 MBO 평가시의 자기 평가 점수는 항상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높게 주어서 그게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생각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코치가 되고 나서 다른 회사의 다면평가 결과를 볼 기회가 많이 생겼는데 자기평가와 타인평가의 차이가 꼭 한 방향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많은 피진단자의 경우 타인 평가가 자기 평가보다 높은 경우가 있었고,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개인 편차보다는 회사별 편차가 더 현저한 것으로 느껴졌다.  왜 그럴까? 왜 어떤 회사에서는 직원들간에 타인평가가 더 후하고 다른 회사에서는 그 반대의 경우나 나타나는가?  전문가들에게 물어보아도 똑 부러지는 신통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는데 지난 주에 우연히미국의 한 리더십 사이트의 기사를 보고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게되었다.


심리학자 소피아 자오(Sophia Zao)와 켈리 해넌(Kelly Hannun)은 중국업체를 대상으로 각 회사의 조직문화가 다면진단에 주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그들은 나의 경우처럼 각 회사별로 자기 평가와 타인 평가의 경향이 다르다는 것을 관찰하였고 대표적인 회사 몇군데를 조사햐였다.  그 결과 성과, 성취 위주의 조직 문화에서는 자기 평가의 점수가 타인 평가보다 후하게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과거 내가 근무하던 회사는 스피드와 성과를 중요시하고 사내 조직간의 경쟁을 통해서 발전을 꾀하는 조직 문화가 지배했다.  코치가 된 후 접했던 타인 평가가 후하게 나온 회사들의 공통점은 주로 인화, 팀워크를 강조하는 조직이였다.   위의 조사는 중국회사의 경우이고 내가 접한 다면평가 결과는 10개 회사 미만의 정보이므로 한국에서도 그럴 것이라는 개연성을 부여하기는 힘들지만 어느 정도 심증은 가져도 될 것 같다.


다면 평가에서 진단 방향과 함께 중요한 요소는 진단 점수의 차이이다.  같은 방향이라도 자기 평가과 타인 평가 간에 점수 차이가 많이 나는 결과도 이따금 접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 경우가 진단 방향이 다른 것보다는 좀더 심각한 리더십의 이슈가 될 수가 있다.  자기 평가와 타인 평가간 점수의 차이는 상사와 부하간의 상호 인식의 부족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 원인은 리더들과 부하들과이 커뮤니케이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확실함, 단호함이 중요시 되는 조직 문화에서는 직접적인 소통을 하게 되고 리더와 부하들간에 상호 피드백이 활발하여 상호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  또 권력계층과 비권력계층간의 격차(Power Distance)가 낮은 조직도 비교적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여 상호 이해도가 높기 마련이다.  반면에 계층간 권력 격차가 커서 상사와 부하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하향의 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지면 상사가 부하의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어서 상호간 인식의 큰 격차가 생길 수 있고, 또 권력 격차가 낮은 집단에서도 리더가 적극적으로 부하들과 소통하고 그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큰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진단 결과의 차이가 큰 리더들은 부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직장의 상황에서 소통의 리더십이 더 좋다던가, 카리스마의 리더십이 더 좋다는 절대적인 척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위기상황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의 참여시키고 그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보다는 리더가 직접 나서서 돌파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부하들도 좋아할 것이다.  결국 리더는 자신의 조직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잘 인식하고 다면평가의 결과가 상황에 부합하는지 고민함과 동시에 평가의 결과를 자신의 능력을 한 계단 더 상승하는데 필요한 참고 자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