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
미국에는 stickk.com이라는 재미있는 사이트가 있다. 이 사이트는 사람들이 미루기를 반복하여 달성하지 못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곳인데 그 방법이 아주 간단하고 재미있다. 사람들은 이 사이트에 일정 금액을 돈을 맡긴 후 합의한 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하면 돈을 돌려 받고, 달성하지 못하면 맡긴 돈을 포기하는 약정을 맺는다. 가령 500불을 맡기고 6개월 내에 마라톤 완주를 하는 약속을 한다든가, 20kg 체중 감량을 한다는 약속을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맡긴 돈을 몰수 당하는 것이다. 이런 엉뚱한 거래를 누가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사이트에 가보니 지금 고객들이 맡긴 돈이 무려 15백만불! 우리 돈으로 150억원이 넘는다.
일단의 심리학자들이 체중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대상자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첫번째 그룹은 6개월 후에 20kg를 감량하는 조건으로 30불을 맡기고, 두번째 그룹은 150불, 세번째 그룹은 300불을 걸고 시험을 했는데 결과는 물론 300불을 몰수 당할 위험에 처한 그룹이 가장 많은 체중을 감량했다. 그런데 1년 후에 동일한 대상자들의 체중을 재보았더니 30불 그룹과 300불 그룹 중의 상당수가 다시 체중이 불어난 반면에 150불 그룹의 대상자의 대부분은 줄어든 체중을 1년 후에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서 우리는 상황에 가장 알맞는 수준의 당근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시사점을 발견하게 된다.
Zappos라는 미국의 온라인 의류판매 업체는 재미있는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새로 충원한 신입사원들이 소정의 연수를 마치고 만약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2천불을 받고 퇴사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신입사원들은 2천불을 포기하고 회사에 남는 것을 선택하는데, 이 회사는 수년간 이직율, 근무성적등 여러 지표를 분석한 결과 2천불을 포기하고 입사한 직원들이 이 제도가 시행되지 않을 때 입사한 직원보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2천불이라는 적지 않은 금전적인 손해를 무릅쓰고 회사을 택한 직원들은 자기 결정의 정당화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심리학자들 사이에는 anti-Incentive 라는 개념이 보상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논의가 있다. 예일 법학대학원에는 Rob Harrison이라는 인기가 좋은 교수가 있는데, 그는 학생들로 하여금 일정한 금액의 수표를 자기에게 맡기게 하고 논문이나 레포트 제출이 약속한 기일보다 늦어지면 그 수표를 학생들이 지정하는 자선단제나 NGO에 보내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 5년은 학생들이 지정하는 단체에 수표를 보내곤 했는데 그는 방법을 바꾸어 6년 째부터는 학생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학생들의 신념과 성향과는 정반대의 집단에 수표를 보내겠다고 공표를 했다. 예를 들어 공화당 성향의 학생의 수표는 민주당에 보내고, 채식주의 학생의 수표는 총기협회에 보내는 것 같이 방법을 바꾸었는데 첫해부터 기일을 어기는 학생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필자는 현역시절에 젊은 직원들의 개인 생활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회식은 가급적 피하고, 주말의 단체 행동이나, 근무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조직을 운영했는데, 이 글을 쓰고 나니 그런 행동이 꼭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직원들은 싫어하겠지만 적당한 수준의 주말 활동, 회식, 야근은 2000불을 포기한 Zappos의 신입사원들 경우 처럼 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투자를 알맞는 수준으로 증가시켜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