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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과 파두 - Fado

Algeruz 2013. 5. 4. 11:01
포르투갈에서 유래한 파두(Fado)는 한국에서도 여러 번 소개되어 많은 분들이 20세기 최고의 파두 가수인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의 ‘검은 배 - Barco Negro’ 정도는 들어보셨을 것 같다. 1996년인가에 리스본에 출장 갈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리스본은 인구 백만 정도의 중규모의 도시로 포르투갈의 수도이기는 하지만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크게 볼 것도, 할 것도 없는 도시다. 
 
나중에 이곳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저녁 때 식당에서 맛있는 것 먹는 것 유일한 낙일 정도. 그런데 어느 날 리스본 시내의 알파마라는 지역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포르투갈이 스페인과 가장 큰 다른 점은 저녁 7시 정도면 식당을 열어서 우리에게는 큰 불편이 없다는 점. 호텔 프론트에서 그곳에 파두를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꼬불 꼬불한 골목길에서 물어 물어 간신히 찾아간 식당은 글쎄, 테이블이 한 7 ~8개 될까? 호텔 측 호들갑에 비해서는 조금 초라한 느낌이 든다.  식당은 상당히 어둠컴컴하고 장식이라고는 이 식당을 거쳐간 가수들과 식당을 방문한 저명인사들을 찍은 듯한 흑백 사진들이 전부.... 을씨년스럽기까지하다. 

한참을 뜸을 들린 후 기타리스트 두 명과 여가수가 자그마한 무대 - 무대라기보다는 한쪽 구석의 두세명 올라설 수 있는 플래트폼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에 올랐다.  중북부의 대학도시인 코임브라(Coimbra)에서는 남자들이 파두를 부르기는 하지만 이곳 리스본에서는 여자가수가 대부분. 무대에 등장한 여가수는 깡마른 체격에 머리를 완전히 민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헤어 스타일. 
요즘은 여자(혹은 남자)들이 어떤 헤어스타일을 해도 별로 놀라는 일이 없지만 90년대 중반에 빡빡 머리의 여자는 아무리 유럽이지만 상당히 충격적이다. 

 그리고 얼굴 표정은 무표정, 체념한 얼굴 때로는 슬픈 표정? 잘 읽을 수가 없다. 저 여자는 무슨 사연과 믿음이 있길래 저런 헤어 스타일을 하기로 결심했을까? 조금 무섭기 까지는 하다.  더구나 손바닥 만한 식당이라 청중과 가수와의 교감은 필수적인데 나는 이 가수와 눈이 마주 칠때 마다 웃어야 할지, 괴로운 표정을 지어야 할지 영 감정관리가 되질 않아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파두의 주제는 다양하기는 하지만 대개 이별, 그리움, 괴로움을 묘사하는 것인데 이 가수와는 감정의 차단에 의한 불편함 까지 더해져 등에서 식은 땀까지 나는 것 같다. 

한 시간 정도의 공연이 끝나고 골목길을 거닐며 포르투갈 같이 살기가 좋은 나라에서 무슨 이유로 이렇게 처량한 분위기의 음악이 나오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파두(Fado)는 라틴어로 운명이라는 뜻의 Fatum에서 유래한다. 영어의 Fate 와는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인데, 수십년전에 FM 방송에서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검은 배 - Barco Nagro’를 들으며 아마 15 ~ 6 세기 포르투갈의 대항해 시대에 고향을 떠나서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원들을 기다리는 아내와 애인들의 한을 노래한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포루투갈에 와서 설명을 들으니 1820년대 리스본 시내에서 처음으로 불려진 것이라고 한다. 

그 당시면 포루투갈이 식민지였던 브라질이 독립을 하고 나폴레옹 전쟁으로 고난을 겪은 시대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처량한 분위기의 노래가 나올만한 시대적 배경은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의 플라멩코는 기독교들에게 박해 받는 집시나 아랍계 하층민의 애환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확실한데 포르투갈 사람들이 왜 이렇게 처량한 분위기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딱 부러진 설명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포르투갈에서 파두는 리스본 파두와 북부 대학도시인 코임브라(Coimbra) 파두로 나누어 지는데 리스본 파두의 특징은 주로 여성 솔로 가수와 두명 정도의 기타리스트의 한 팀을 이루고, 코임브라 파두는 주로 남자 가수와 기타리스트 등 5 ~ 6명이 한 팀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내 생각에는 리스본 파두가 좀 더 개인적인 감정을 노래하고, 따라서 좀 더 애잔하고, 코임브라 파두는 주로 코임브라 대학생들이 부르던 노래에 유래한 것으로 좀더 학구적이고 철학적이라고 할까? 아무튼 상당히 다른 분위기이고 해외에는 주로 리스본 파두가 소개되어 있다.
 
나중에 포르투갈에 살아 보니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스페인 사람들과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활달하고 정열적인 스페인 사람들에 비해서 몹시 얌전하고, 겸손하기 까지 하고, 외국인에 대한 태도도 과거 진취적인 선조의 기상을 이어 받아 그런지 매우 친절하고 살갑기 까지 하다. 한편으로는 선조들의 찬란한 유산을 이어가지 못한 아쉬움, 죄책감 같은 감정도 때때로 옅볼수 있으며, 특히 이웃의 자기 나라 보다 몇 배 큰 스페인과의 끊임없는 경쟁관계에서 오는 민족적인 스트레스 같은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냥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작은 나라라고 치부하기에는 훨씬 복잡하고 매력적인 나라이다. 아래는 크리스티나 브랑코라는 가수의 노래, 그 옛날에 들었던 그 노래와 약간 비슷한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