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힘

2012. 7. 20. 16:26도서

S건설회사의 전기 엔지니어인 K과장은 얼마 전 말레이지아의 해외 현장 근무를 마치고 본사에서 해외공사 입찰을 위한 시방서 검토와 견적 업무를 맡게 되었다. 1년간의 해외근무는 30대 초반의 그녀에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험이었다. 그 동안 해외현장에 출장을 가거나 한두 달 파견을 나간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공사의 시작과 끝을 직접 경험하고 현장에 근무하는 많은 현지인과 제3국인들과 함께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가는 현장을 바라보며 이때까지 사무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보람과 희열을 맛볼 수 있었다.

지난 6 ~ 7년 동안 주로 현장 지원을 해온 그녀로서는 견적 작업은 생소한 일이었지만 여러 가지 다른 프로젝트의 내용을 검토하고 최적의 기술적인 대안과 가격을 제시하는 작업은 그녀로서는 자신의 활동영역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고객의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대안을 찾기 위하여 여러 참고 자료를 찾아보는 것은 그 동안 현장생활로 인해 조금은 무뎌진 자신을 이론적인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요즘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오후 4시가 되면 머리를 식히기 위하여 부근의 커피숍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면 도넛이나 초콜릿 칩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것은 현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산뜻한 휴식과 기분 전환이어서 오후에 업무 능률도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에 커피와 함께 초콜릿 칩을 먹는 것은 이제 K과장에게는 하루에 중요한 일과가 되었는데 한가지 문제는 K과장의 체중이 조금씩 불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도 눈치를 챈 것 같았고 얼마 전에는 이제 운동을 하면 어떻겠냐는 우회적인 압력을 받은 적도 있었다.

K과장 자신도 이러다가는 뚱순이가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생겨서 쵸콜릿 칩을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책상 앞에 “초콜릿 칩은 이제 그만!!” 쪽지를 붙이기도 했지만 모두 허사…… 그녀는 코치와 함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코치의 조언을 듣고 그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1. 오후에 책상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간다.
2. 커피숍으로 걸어간다.
3. 커피와 초콜릿 칩을 산다.
4. 동료들과 이야기 하면서 커피와 초콜릿 칩을 먹는다.

코치는 K과장에게 어떤 원인이 이런 행동을 야기하는지 - 예를 들어서 지루해졌는지, 혈중 당도가 떨어졌는지, 배가 고픈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을 시작하기 전에 기분전환과 휴식이 필요한 것인지, 동료들과 수다 떨고 싶은 것인지 등등 – 그리고 이런 행동으로 얻는 쾌락과 보상은 무엇인지 – 예를 들어서 초콜리 칩 그 자체, 기분전환, 수다 떠는 것, 당분 섭취로 인한 에너지의 보강과 엔도르핀 등등 – 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기록해 볼 것을 요청하였다.

그래서 K과장은 하루는 커피숍 대신 사무실 주변에서 산보를 했고, 다른 날은 초콜릿 칩 대신 사과를 먹으며 동료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다른 날은 커피를 사 들고 와서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는 등 여러 가지 다른 행동을 하고 자리에 앉아서 자신의 느낌이나 그 당시 머리에 떠오르는 세가지 생각을 기록했다. 예를 들어서 ‘머리가 맑아졌어” “이제 시장하지 않아” “에너지가 넘치는군” 등등 같은 생각들…… 그리고 15분 정도 후에 아직도 초콜릿 칩이 먹고 싶은지 생각해 보았다.

일주일 동안 다른 행동을 하고 그 내용을 기록한 K과장은 코치와 이 결과에 대해서 토의하였다. 코치는 사람의 습관은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어떤 욕구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하는 일련의 행동인데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 그 욕구마저 무시하는 것을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효율적으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일련의 행동 중에서 그 욕구과 관계 없이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행동을 찾아내서 그 행동을 다른 행동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만약 K과장이 오후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커피숍에서 초콜릿 칩을 먹는 행동의 원인이 기분전환이라는 보상 때문이라면 주변을 걷는 행동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고, 허기해소라면 사과를 먹는 행동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고, 수다 떠는 것이 보상이라면 다른 자리의 동료에게 가서 한 10분 이야기 하고 오는 행동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행동을 하나 하나 분석하고 나니 K과장은 각 행동이 자신에게 어떤 욕구충족과 보상을 주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현장생활에 익숙해 있던 자신의 몸이 오후에는 적당한 신체적 활동과 기분전환이라는 보상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콜릿 칩을 먹는 것은 만족시키려고 했던 욕구와 별로 관계 없이 무의식적으로 행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오후에 자리를 떠나 부근 양재천 변을 걷는 행동으로 대체하여 자신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사람의 습관은 이렇게 자신의 신체에서 요구하는 보상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습관의 변화는 신체의 보상만족 욕구를 제거하면 100% 성공하겠지만 사람들에는 이렇게 신체의 보상욕구를 억누른다는 것은 대단한 인내와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므로 습관을 고치려는 대부분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습관적인 행동을 분석하면 그 습관에는 행동의 원인과 촉매제, 행동의 루틴(Routine) 과 그 행동이 가져다 주는 보상과 만족의 세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겠는데 나쁜 습관을 고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우선 같은 보상과 만족을 초래할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해롭지 않은 행동의 루틴을 찾아내서 지금 행하고 있는 해로운 행동의 루틴을 대체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행동은 바뀌었지만 자신에게는 계속 같은 보상과 만족을 제공하므로 나쁜 습관을 바꾸는데 있어서 훨씬 저항이 적을 것이다. 

                                                                                                - Inspired by Power of Habit, Charles Duhi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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